본문 바로가기
IT 동향

투표에서도 외면 받는 IT에 미래는 없다.

by SenseChef 2012. 12. 20.

다시 돌아간 원시시대로의 생활이었다.

차기 대통령 선출을 위한 투표 이야기이다. 영하 5도의 추운 겨울 아침 ! 무려 30분이나 기다려 들어간 투표장에서 필자는 컴퓨터를 1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디가나 볼 수 있는 흔한 컴퓨터가 여기에는 하나도 없다니 ? 내가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인가?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 

 

정작 신뢰성이 중요한 투표장에서 IT 시스템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이론의 여지없이 신뢰성 확보이다. 정당한 유권자로부터 정확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투표장에서의 투표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처리되고 있다.

 

투표 과정은 아래와 같다. 단계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투표절차, Source: 중앙선거관리위원회, vote.necpr.go.kr

 

본인 확인 시 선거인 명부를 이리저리 넘기면서 찾아 헤맨다. 주민등록증을 건네주면 선관위 관계자가 두툼한 책자에서 유권자 번호를 찾아 넘겨준다. 책장을 넘기며 찾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적어도 1분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걸 컴퓨터로 처리했다면 검색에서 인쇄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권자의 실제 모습과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눈으로 확인한 후 투표용지를 넘겨준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얼마나 정확할까? 필자의 주민등록증 사진은 현재보다도 7년 이상된 것인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안 변한 것인가 ? 그렇지 않다.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신뢰성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이용되리라.  

 

기표소에서는 도장으로 유권자의 의사를 표시한다. 이젠 의사를 실제로 나타낼 차례이다. 건네받은 투표용지에서 원하는 후보자란에 도장을 찍어주면 된다. 인터넷 뱅킹을 할 때 선택 사항에 마우스로 클릭하던 것과 비교된다.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다. 실시간 집계 기능이 없는 그냥 플라스틱 통이다. 투표 용지는 아무런 인텔리전트 기능이 없는 플라스틱 통에 담겨진다. 투표소에서는 절대 이를 개봉하지 않는다. 나중에 개표소로 옮겨져 사람들이 일일이 집계한다

 

어떤가? 유권자라면 투표 경험에서, 유권자가 아니라면 위의 설명을 통해 국가 중대사인 투표 과정에서 IT 기기나 시스템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IT는 문명의 이기인가 ? 협잡꾼이나 쓰는 것인가 ?

그렇다면 IT 기기는 왜 투표장에서 사용되지 않을까? IT 시스템은 해킹이나 조작이 쉽기 때문이다. IT 기기는 사람들의 의견을 쉽게 수집할 수 있고 집계 및 검색도 용이하다. 그러나 IT 기기의 동작 과정에 누군가 개입하여 결과를 조작하는 등의 불법적인 활동 역시 쉽다. 보안성이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포털이나 서비스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기억할 것이다. 그들 기업이 개인정보를 유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해커들의 악의적인 의도에 IT 시스템이 뚫린 것이다. 이러한 해킹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IT 시스템이나 기기들은 문명의 이기인 동시에 전혀 믿을 수 없는 협잡꾼이나 쓰는 것이 되어 버렸다.

 

수작업 처리 방식이 신뢰성 높은 것만은 아니다.

IT에서의 신뢰성 확보는 어렵기만 한 것일까 ? 반드시 악기능만 있는 것일까 ? 그렇지 않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다음 헤프닝을 살펴 보자(출처). .

 

"경남 사천에서 1명이 두번이나 투표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인 명부 확인 과정에서 투표소의 선거 사무원이 박씨를 동명 이인과 착각해서 투표용지를 넘겨주었다. 투표를 하고 나서 투표장이 다른 곳임을 알고 박씨는 자신에게 지정된 투표장에서 다시 한번 투표를 했다. 박씨는 고의적으로 2번 투표를 한 건 아니라고 한다. 선관위가 경위를 조사 중이다."

 

 

투표 모습, Source: 뉴스사천

 

IT 시스템 ! 수작업 방식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신뢰성을 확보해 나가자. 배제만이 최선은 아니다.

어떤가?  상기 사례를 보면 사람들이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수작업 방식 역시 많은 허점이 있다. 투표사무원이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히 대조 하다보면 피로가 누적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착각도 할 수 있고, 타성에 젖어 건성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IT 시스템이 도입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 유권자를 주민등록전산망에서 조회 했다면 동명 이인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문 인증 방식을 이용했었다면 선거 사무원이 비록 실수 했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번 대통령 선거는 IT 시스템으로 전자투표가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그런데 이런 대한민국에서조차 IT 시스템의 신뢰성과 가치가 의심 받는다면  그 어느 곳에서 IT가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을까 ?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IT 시스템에 미래는 없다.

 

현재 기업이나 학계에서 새로운 IT 인증방식과 보안 시스템, 프로세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IT 시스템의 신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5년 뒤에 치러질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IT 시스템은 여전히 뒷전에 밀려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야 할 것이다. IT 업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서 IT 시스템의 신뢰성을 향상 시키자. 그래서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IT 시스템들이 신뢰성 논란 없이 투표 과정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자. 대한민국 IT 산업의 얼굴이 걸린 일이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