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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필름 카메라의 느림과 신중함에 대한 향수

by SenseChef 2013. 8. 21.

디지털 시대, "빠름 빠름"에 멀미가 날 정도다 !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최고 가치 중의 하나는 빠름이다. 광고에 "빠름 빠름"이라는 구호가 나올 정도로 우리 민족의 "빨리 빨리" 정서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소 자신과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천천히 살펴 볼 기회가 없다. 전쟁터에서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군인들처럼 앞만 보고 나아가니 사회가 더욱 각박해지고 메말라 간다.  

 

어제 퇴근해서 집에 있다 보니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는 필름 카메라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필자의 사진 취미를 굳건히 지원해 주던 소중한 카메라였는데 마지막으로 촬영을 한 것이 언제인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동안 묵혀 두었다.

 

그러나 먼지를 털어 내면서 느껴지는 촉감, 셔터 버튼을 누르자마자 경쾌하게 들려오는 촬영음까지 모든게 좋았다. 문득 스마트폰과 TV, 테블릿, 컴퓨터 등의 최신 디지털 기기에 둘러 쌓여 있는 필자 자신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었다.

 

과연 인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 어떤 것이 좋을까 ? 디지털화 된 나의 생활은 정말 괜찮은 걸까 ?

 

 

 

신속함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 Source: Office Clipart

 

 

 

필름 카메라는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스마트폰 카메라는 마구마구 !  무엇이 더 좋을까 ?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시절, 필름 롤에는 24컷이나 36컷이 들어 있었다. 컬러 필름의 가격 또한 호주머니가 얇은 학생에게는 부담스런 수준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꼭 필요한 것만 촬영 했다.

 

필름 카메라로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여러가지 생각이 떠 오른다. "이 배경, 이 상황이 좋은 건가 ?" "조금 이동해서 저 쪽에서 찍으면 어떨까?" 결국 고민 하다가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장소를 옮긴다.

 

그러다가 필름의 마지막 컷에 도달하면 더욱 긴장된다. 내게는 더 이상 촬영할 필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마지막 컷은 제일 잘 찍은 사진이기를 기대하면서 더욱 긴장해서 촬영을 한다.

 

필름 카메라를 이용하던 시절에는 이러한 제약 사항들이 큰 불편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가 더 그립다. 인생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신중하고 소중했기 때문이다. 빠름보다 느림을 추구했던 그 당시 생활이 지금에 비해 더 정이 넘쳐 흘렀던 것 같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필름 카메라, 사람과 멀어지는 최신 줌 카메라 !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가 필자에게 주었던 제약 사항 중의 하나는 줌 기능이었다. 물론 필름 SLR 카메라에 줌 렌즈를 끼울 수 있었으나 너무 고가여서 학생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줌 기능이 없는 보급형 필름 카메라를 써야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카메라도 줌을 할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사람이 촬영 대상물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멀리 떨어지면 되기 때문이다. 먼 거리의 물체를 최신 줌 카메라로 땡겨서 촬영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불편하다.

 

그런데 요즘은 필름 카메라를 이용하던 시절의 "인간 줌" 기능이 그립다. 피사체에게 어쩔 수 없이 다가가게 되면서 피사체를 더욱 잘 알게 되고, 다른 각도에서 피사체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신 줌 카메라를 갖고 있다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 줌 렌즈가 충실히 거리 제한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름 카메라는 피사체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들고, 최신 줌 카메라는 사람과 점점 멀리 있게 만든다.

 

 

아날로그와 느림에 대한 향수는 각박함에 대한 반발삼일까 ?

 

필자는 사진 전문가도 아니며, 필름 카메라 촬영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필름 카메라가 갑자기 옛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그것은 인간성이 메말라 가는 현대사회의 각박함이 싫기에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반대급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름 카메라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와 느림의 미학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이제는 필름을 사진관에서조차 살 수 없다.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구할 수 있다. 앞으로는 가끔씩 필름 카메라를 메고 주변의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갈 예정이다. 거기에서 옛날 방식대로 진한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 

 

 

가끔은 디지털 장벽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의 낭만에 빠져보는 사치가 필요한 현대 사회 !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의 복귀, 가끔씩의 탈출은 인생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필자는 필름 카메라를 예로 들었지만 스마트폰에서의 탈출도 가능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피쳐폰만 들고 나간다. 피쳐폰으로는 인터넷이 제대로 안 되니 사람들은 전화기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주변의 경치, 주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에 묶여 24시간 디지털 기기에 종속되어 있던 상황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아날로그로의 복귀가 특별한 일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 인간의 생활, 사고 방식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아날로그인데 특별한 경우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변의 아날로그 기기들을 돌아보자, 이것을 이용해 옛 추억에 빠져 들고 아날로그로 회귀 한다면 우리의 마음과 가슴은 다시 젊어지고 창조성으로 가득 찰 수 있게 된다.

 

아날로그는 지나간 옛 것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진귀한 보물임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