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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왜 셋톱박스는 전기먹는 하마가 되었을까?

by SenseChef 2014. 1. 11.

"전기 먹는 하마" 셋톱박스, 아니 전력난이 심한 요즘 시대에 이런 나쁜 X 들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이나 IPTV를 시청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셋톱박스가 많은 전기를 소모 한다는 뉴스를 보고 필자의 지인이 저절로 내뱉은 말이다. 전력난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에 이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기기에 대한 비판이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셋톱박스라는 것은 벌써 만들어진지 10년 이상 된 전기 기기이다. 그동안 이용자의 요구사항이나 기술 변화를 고려하여 진화 되어 왔을텐데 유독 셋톱박스만 전기를 많이 소모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절전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분명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있었기에 셋톱 박스만 예외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유 때문에 셋톱박스는 그리도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걸까 ? 기업들의 잘못일까, 아니면 소비자 탓일까 ?         


셋톱박스의 전기먹는 하마 논란의 현실은 뭘까 ? Image source: Office clip art



 

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내내 켜져 있는 위성방송 셋톱박스의 의미 !

 

필자의 지인 중 몇 분은 위성방송을 이용해 TV를 보신다. 그런데 그분들은 위성방송의 셋톱박스를 절대로 끄지 않으신다. TV를 다 보고 나시면 단지 TV의 전원만 꺼 둔다.


그래서 여쭤봤다. "셋톱박스를 켜 두면 전기가 계속 돌아가요 ! 여길 만져 보세요. 열이 나서 따뜻하잖아요 ! 꺼 두시는 것이 좋으세요 !"


돌아온 답변은 의외로 단순하고 명확했다. 자신들도 처음에는 위성방송의 셋톱박스를 TV와 함께 꺼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TV를 켜자마자 방송이 나와야 하는데 셋톱박스의 전원이 꺼져 있으면 한참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셋톱박스를 켜 두면 직전에 시청했던 채널이 그대로 나오고, 원하는 채널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은 앞으로도 셋톱박스를 계속 켜 둘 것이라고 말씀 하신다.


그런데 이것은 위성방송만이 아니고 케이블방송 이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셋톱박스를 꺼 두면 전기가 절약된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으나 방송 시청의 불편 때문에 셋톱박스를 켜 두는 것이었다.


 

셋톱박스 고장나면 바꿔 줘 ! 그리고 저게 전기 먹어봐야 얼마나 되겠어 ?

 

셋톱박스는 방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함께 제공되는 기기이다. 따라서 방송사업자가 임대료를 받고 설치하는 기기이기에 고장이 나면 언제라도 바꿔준다. 냉장고, 전기 밥솥, 전자렌지 등처럼 고장이 나면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 해야만 하는 기기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셋톱박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계속 켜 두어도, 통풍구를 막아 고장이 날 것임에도, 먼지가 쌓여 있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생각에 함부로 취급되는 것이 셋톱박스의 아쉬운 현실이다.


또한 셋톱박스의 크기가 매우 작기에 전력 소모에 대해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덩치 크고 전력 소모량이 정말로 많은 TV 옆에 있으니 상대적 비교에 따른 셋톱박스의 체감 저하 효과일 것이다.


 

대기전력 절감 절책 !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의 좋은 접근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고려해 봐야 한다 !

 

정부에서 셋톱박스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대기 전력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은 퇴출까지 고려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이다(출처: 기준 미달 셋톱박스 정리).


셋톱박스의 에너지 소비 기준 강화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 관리 공단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의 개정까지도 추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전기연구원의 대기전력 실측 조사 결과에서도 셋톱박스가 12.3와트로 나와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에서는 제조사들의 기술 발전을 막지 않는 수준에서 여러가지 가능한 방안을 검토 해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을 1와트 이하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이미 확보되어 있다고 한다.

 

 

스마트한 이용자의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세상 !

 

셋톱박스의 전기 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매년 반복되는 전력난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아무리 대기전력을 낮춘 제품을 내놓아도 정작 소비자들이 셋톱박스를 끄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셋톱박스가 켜지는 부팅 속도를 빠르게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컴퓨터처럼 점점 다 기능화 되고, 켜질 때 방송사업자의 헤드엔드(Head-End)와 인증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셋톱박스의 부팅 속도를 단축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셋톱박스의 전력 소모를 줄이려면 제도나 기술 차원 외에 소비자의 행동이 필요하다. 셋톱박스가 켜질 때까지 1분여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면 되는 것이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셋톱박스의 부팅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  스마트한 이용자의 현명한 소비가 그래서 더욱 중요한 시대이다. 스마트(Smart)함은 이제 기기만이 아닌 이용자에게도 필요 함을 인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