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외국인에게 배우기 어려운 4가지 이유
한글로 된 문제, 너무 어려워요 ㅠㅠ ~
얼마전 운전하면서 교통방송의 라디오 영어 FM 방송(TBS eFM)을 들었다. 프로그램 중간에 외국인 진행자들이 한글로 된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 과정을 들으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본 한글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업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외국 친구나 지인들이 한글을 배우기 어렵다고 토로를 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외국어로서 어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모두 힘들다고만 설명했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 입장에서만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영어 라디오 방송의 문제를 외국인 입장에서 풀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한글은 한국인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쉬운 언어이나 이를 처음 배우는 것은 외국인에게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한글 ! 과연 외국인에게 얼마나 배우기 어려운 언어일까 ?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동상, Source: wikipedia.org
한글 !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외국인 진행자에게 주어진 한글 문제는 다음과 같다.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제시되고 빈 부분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구하는 문제였다.
우체부: 띵동 ! 편지왔어요. 편지를 배달 드리려구요.
여성: 그래요 ! 편지 주세요. 그런데 편지에 우표가 붙어 있지 않네요.
우체부: 우표요 ? 어 ~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우표가 왜 없을까요?
여성: 우표가 붙어있지 않는 편지가 어떻게 있을 수 있어요. 혹시 그동안 아무 이름도 쓰지 않고 수많은 편지를 제게 보내와 불안하게 했던 사람 아니예요 ?
우체부: 아 ! 아니예요. 저는 단지 어떤 사람이 님께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해서 배달 드리는 것 뿐이예요.
여성: 분명 당신이 그동안 제게 스팸 편지를 보내왔던 사람인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세요?
당신은 ____을 먹어봐야 해요.
위 대화에서 ___에 들어갈 알맞은 말은 ?
1. 미역국
2. 김밥
3. 미끼
4. 콩밥
방송을 통해 교통방송의 영어 eFM 외국인 진행자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이 전해졌다. 서로 영어로 대화하면서 어떤 것이 답인지, 한글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며 풀고 있었다.
첫 번째로 헷갈려 하는 단어는 미끼였다. 외국인은 미끼를 발음만으로 이해하여 믿기와 비슷한 뜻일 것이라 추정했다. 발음이 살짝 틀리지만 믿기의 변화형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미끼를 신뢰(Trust)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미끼의 의미를 이해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받침과 함께 유사한 발음의 단어가 있다면 외국인은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콩밥의 경우도 헷갈려 했다. 콩밥이란게 무엇일까 ? 외국인 진헹자는 콩과 밥 단어의 의미를 각각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콩밥을 먹는다는 것의 관념적인 의미를 추정하지 못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문화와 관습을 알아야만 한다. 한국인에게 콩밥 자체는 맛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교도소에 들어가 먹는 음식을 총칭하기도 한다.
콩밥의 의미는 개별 단어만 알아서는 이해할 수 없고, 관습과 문화를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외국인 진행자는 미역국이 누군가 시험 등에 떨어졌을 때 먹는 것이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김밥 역시 먹어본 적이 있어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결국 외국인 진행자들은 콩밥과 미끼 중에서 어떤 것이 답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 라디오 방송을 끝까지 듣지 못해 외국인 진행자들이 어떤 답을 선택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외국인 입장에서 한글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아는 외국인 지인들에게 그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물어 보았다.
한글에는 존대말이 있어 외우기 힘들어요 !
제일 먼저 토로하는 어려움을 외울게 많은 한글이었다. 한글에는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친구들끼리 쓰는 말, 어른에게 쓰는 말이 각각 있다. 단어를 외울 때 존대말까지 외워야 하는 것이다.
밥을 먹다.
어르신께서 밥을 드신다.
어르신께서 진지를 드신다.
어르신께서 식사를 하신다.
어르신께서 식사를 드신다.
밥을 먹어라.
진지 드세요.
식사 하세요.
위 예문을 보면 같은 의미를 갖는 명사에 평의어와 여러 존대어가 있다. 동사에도 평의어와 존대어가 있다. 이런게 변화형이 많은데 이 차이점을 알아야 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적절한 것을 찾아 써야만 한다.
외국인이 한글을 배우는 과정에서 저러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중간에 포기할 것 같다.
받침이 많아 단어를 구분하기 어려워요, 받아쓰기도 힘들어요 !
한글에는 받침이 많다. 이로 인해 다양한 단어의 표현이 가능하며 짧게 문장을 끝낼 수 있다. 동일한 의미를 갖는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써 보면 한글이 훨씬 짧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받침이 있다는 것은 한글을 쓰기 어렵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 쓰는 경우에도 어려움을 준다.
이는 외국인 입장에서의 문제이다. 한글에 다양한 받침이 존재하기에 한국인은 한글을 쉽게, 편리하게, 짧게 쓸 수 있다.
한글에는 형용사가 너무 많아요 ! 그걸 어떻게 다 외워요 ?
한글에는 어떤 상태를 수식해 주는 형용사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외국인이 말할 때는 이중의 하나를 쓰면 되나 상대방이 쓰는 말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형용사들을 함께 외워야만 한다.
파란 하늘의 파란색 표현의 경우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파란 하늘
푸른 하늘
퍼런 하늘
푸르스름한 하늘
샛파란 하늘
청명한 하늘
푸른기운의 하늘
푸르딩딩한 하늘이는 다른 단어들도 마찬가지이다. 저런 것을 각각 외워야 한다면 힘들 수 밖에 없다.
문장에 따라 문장 속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니 이해할 수 없어요 !
한글은 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한가지 뜻이 아닌 다른 의미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저 차 죽이는데 !
저자를 죽여라.
죽이는 사진빨이네 !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
죽다, 죽이다라는 단어 자체의 본래 의미와 달리 "죽이는 사진빨",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의 경우 죽이다라는 단어가 좋음(Great)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한글 단어의 의미를 알려면 문장 전체의 맥락을 이해한 후 문장에 따라 단어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글에 다양한 변형,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는 한글을 배우기 위해 암기해야 할 것이 비약적으로 증가함을 의미한다.
한글 배우기 어려우니 한글 배우는 외국인에게 친절히, 잘 설명해 주세요 !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글은 결코 배우기 쉬운 언어가 아니다. 주변에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있다면 이를 이해하고 친절히 도와주자,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남자, 여자들도 있다. 한국인과 살려면 한국어을 배워야 하는데 그들에게는 현지 생활의 적응보다 한글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누군가 한글을 배우려 한다면 이는 어려움을 넘어 고통일 것이다. 그들이 한국어를 잘 쓰게 된다면 한국이 널리 알려지는데 일조할 것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에게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자, 외국어로서의 한글, 결코 쉽지 않은 언어이다.
* 위에서 '한글'이라 표현했는데 외국인에게 외국어와 대응되는 말은 '한국어'일 것입니다. 그러나 편의상 한국어가 아닌 '한글'로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