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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카카오톡은 벌써 벤처 초심을 잃었을까?

by SenseChef 2013. 3. 7.

초심을 잃지 말자 !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 친구, 동업자 사이에 많이 하는 말이다. 시작할 때의 순수함과 협력 정신, 사랑의 마음을 잃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자라는 정말로 좋은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이 용두사미가 되어 원수지간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런데 카카오톡과 한 벤처기업 간의 아이디어 표절 논란을 보면서 “카카오톡이 초심을 잃었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카카오톡 역시 얼마 전까지도 그들의 생존과 수익모델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벤처기업이었다. 그런데 게임에서의 성공에 젖어 카카오톡이 초심을 잃고 벌써 대기업 흉내를 내고 있는 건 아닐까 ?

 

 

출발선에서의 초심, 언제까지 유지될까? Source: wikimedia.org



벤처에게 아이디어는 유일한 무기이다. 아이디어를 도용당한 벤처에겐 희망이 사라진다.

 

벤처라는 단어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의욕에 찬 젊은이가 차고 한 켠에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 돈도, 번듯한 사무실도, 직원도 없다. 단지 자신의 머릿 속에 들어 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그의 전 재산일 것이다.

 

이런 벤처 사업가에게 있어서 아이디어의 도용이나 사업 기회를 놓치는 것은 자신의 전부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붕 상태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카카오톡에게 아이디어를 도용 당했다고 주장하는 벤처기업 ‘두잇서베이’의 주장은 생존에 대한 절규에 가까울 것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두잇서베이의 아이디어를 충분히 파악했을 카카오톡, 아이디어 도용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잇서베이는 카카오톡의 CEO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특정 프로젝트가 CEO에게까지 보고 된다는 것은 그들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잇서베이는 카카오톡이 협력을 거절하자 ‘카카오폴“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서비스를 직접 출시했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상표권 침해를 문제 삼자 이름을 ’모바일투표‘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 뒤 카카오톡은 자신들이 직접 ‘카카오폴’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세부적인 증거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겠지만 정황상 카카오톡이 두잇서베이의 아이디어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높게 평가된 아이디어에 대한 협력을 거절한뒤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벤처기업의 서비스를 견제하다가 카카오톡이 직접 서비스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벤처기업의 주장에 대해 카카오톡은 같은 벤처기업으로서 성실히 대응해야 한다.

 

두잇서베이의 아이디어 도용 주장에 대해 카카오톡은 한 달간이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물론 카카오톡에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벤처기업에게 한달은 무척 긴 시간이다. 그리고 카카오톡이 성공한 벤처기업으로서 후배 벤처기업을 대하는 태도로 적합하지 않다.

 

문제가 있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이슈가 없다면 빨리 답변을 해 두잇서베이가 다른 살 길을 찾도록 했어야 한다. 시간 끌기 작전은 대형 기업들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사용하는 전형적인 고사 작전이다. 카카오톡은 벌써 대형 기업이라는 말일까 ?  초심을 잃은 카카오톡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카카오톡은 피해를 주장하는 두잇서베이와 신속하고도 진지한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만이 존경받는 카카오톡의 기업 이미지에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갈라파고스, 감정적 고립은 지리적 고립보다 효과가 더 클수도 있다.




벤처와 상생 않는 카카오톡은 갈라파고스가 될 수도 있다.

 

갈라파고스는 외로이 떨어져 있어 생태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섬이다. 카카오톡이 후배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 하거나 도용 의혹을 받는다면 어떤 신생 벤처 기업이 카카오톡과 협력 하려고 할까 ? 아무도 카카오톡과 얘기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이 벤처 업계와 협력이 아닌 적대적 관계를 맺는다면 카카오톡은 그들만의 고립된 갈라파고스섬이 될 수 밖에 없다. 카카오톡의 발전도 불가능할 것이다. 카카오톡이 벤처업계와 경쟁이 아닌 육성과 협력의 자세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카카오톡 역시 대형 IT 기업들에게는 미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신생벤처들에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따라서 카카오톡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신생 벤처 기업들을 품고 그들과 공존, 상생의 길을 도모 하길 바란다.

 

멋진 카카오톡 서비스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카카오톡이라는 회사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