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그것도 하루만에 가능한 걸까 ?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
지리산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 보고 싶은 명산 중의 명산이다. 그만큼 산이 아름답고 웅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산세가 험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모든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지리산을 종주 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무박 종주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해 ?" "말도 안돼 !" 그것이 지리산 무박 종주라는 단어를 본 필자의 첫 느낌이요, 반응이었다.
지리산의 대피소 예약은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인터넷 예약이 개시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매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들이 지리산을 1박 또는 2박을 하면서 등산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지리산이라는 명산을 경관도 보지 않고 이동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무박 종주는 명산, 지리산에 대한 결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대피소 예약도 쉽지 않고 지리산을 이미 다녀 왔기에 체력의 한계를 극복 하면서 지리산을 즐길 수 있는 지리산 무박 종주를 도전 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박 종주를 준비해 왔고, 드디어 2013년 10월 19일 지리산 무박 종주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이에 무박종주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필자의 경험을 공유코자 한다.
가을색이 완연한 지리산의 모습
지리산 무박종주를 위한 구간별 이동 계획
지리산 무박 종주를 준비할 때 가장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는 과연 얼마나 빨리 이동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구간별 어떤 특징이 있고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도 포함된다.
아래는 실제로 필자가 이번 지리산 무박종주에서 이동했던 내역을 기록한 도표이다. 성삼재부터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까지 가는데 13시간 29분이 소요 되었다. 거리는 34Km에 이른다.
무박종주를 준비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러한 기록을 쉽게 인쇄해서 가져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글 중간에 기입되어 있어 별도로 편집 하거나 메모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의 기록을 참조코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기록이나 메모까지 남길 수 있도록 화일을 만들어 첨부 드린다. PDF로 되어 있으니 아래의 화일을 다운로드 하거나 열어서 인쇄하면 된다..
꼭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일까 ?
지리산 무박 종주는 1박, 2박 하면서 종주 하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대피소에서 취식을 할 것이 아니기에 하루 동안 먹을 음식과 물만 있으면 된다. 장비도 등산 배낭과 스틱, 장갑이면 충분하다.
괜히 음식을 많이 준비 했다가 무거워 종주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가볍게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음식이 부족하면 중간 중간 위치 해 있는 대피소에서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
이에 필자가 이번 여행 시 준비했던 물품 목록을 공개한다.
아울러 화일로도 첨부 하니 필요한 사람은 다음 화일을 다운로드 해 이용하기 바란다.
지리산의 종주 코스는 지리산의 규모만큼 크기에 한 페이지에 담기 어려울 정도이다. 아래 그림은 종주 코스 전체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너무 많고 거리가 멀다 보니 이렇게 표현될 수 밖에 없다. 좌측 중앙의 성삼재 분소에서 시작해 우측 중간 끝에 있는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는 코스이다.
이 그림으로는 코스의 전체적인 윤곽만 살펴 보기 바란다.
지리산 종주 코스 전체 모습(클릭하면 확대 보기 가능)
다음은 위 그림의 좌측 부분을 따로 떼어 놓은 것이다. 배율을 높였기에 잘 보일 것이다.
성삼재에서 시작해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고개, 피아골 삼거리, 노루목에서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 연하천 대피소, 삼각고지, 형제봉, 벽소령 대피소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그림에서 구간이 연두색인 곳은 등산하기 용이한 구간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구간이다. 그 다음으로 어려운 구간이 오렌지색 구간이다. 대부분의 구간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보라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구간은 어려운 코스이다. 종주 코스에서는 삼도봉에서 토끼봉을 거쳐 가는 코스이다. 따라서 이 코스가 종주 초반 어둠 속에서 이동해야 하는 힘든 구간이다.
지리산 종주 코스(성삼재에서 벽소령 대피소 구간 상세 지도, 클릭하면 확대 보기 가능)
아래는 벽소령 대피소 이후 구간이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출발 해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세석 대피소,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을 거쳐 장터목 대피소로 이동한다. 이후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을 오른다.
그런데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 구간이 다시 보라색이다. 그만큼 경사가 높고 오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특히 무박종주의 경우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 곳에 다다르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진다. 이후 천왕봉에서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면 종주가 완료 된다.
천왕봉에서 법계사, 로타리 대피소 구간은 검정색으로 되어 있는데 지리산 코스 중에서 최고의 난이도를 보이는 구간을 의미한다. 여기는 경사가 심하기에 오를 때도 힘들고 내려갈 때 무릎 관절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리산 종주 코스(벽소령에서 천왕봉, 중산리 구간 상세 지도, 클릭하면 확대 보기 가능)
등산 스틱을 반드시 이용해 다리의 부담을 분산 해야 한다.
산에 오를 때 스틱 없이 이동하시는 분들이 많다. 자신의 다리가 믿을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험한 산이라면 스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르거나 내려 올 때 스틱을 통해 체중을 분산하고, 팔과 다리 힘을 모두 이용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박 종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짧은 시간 안에 그 먼 거리를 이동하다보면 피로는 찾아 올 수 밖에 없다. 이 때 스틱 없이 다리만으로 이동하다보면 한계점에 쉽게 다다른다. 무리해서 가다 보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필자와 같이 무박 종주에 나선 분들 중 스틱없이 도전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다리에 통증을 많이 느껴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분들의 경우 세석 대피소 이후 구간에서 현저하게 속도가 저하 되었다.
또한 스틱을 비용 부담 때문에 1개만 갖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 그런데 몸을 균형적으로 이용하고 피로를 줄이려면 스틱을 2개 사용하는 것을 권고 드린다.
스틱은 하산 시에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종주 코스에도 나와 있는 천왕봉에서 법계사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는 끝없는 계단과 높은 경사 때문에 무박 종주 도전자들의 다리를 위협한다. 이 때 스틱으로 충격을 분산하지 않고 계속 쿵쿵 거리며 다리 만으로 내려 오다가는 무릎 관절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큰 산, 가파른 산, 종주를 한다면 반드시 스틱을 이용하길 권장한다. 아래 그림은 필자가 종주 시에 이용했던 스틱이다. 계속 어두운 밤길을 내려오다 보니 한쪽 스틱은 끝에 달려 있던 걸쇠가 사라졌다. 그러나 산행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기에 없어도 된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이동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다.
무박 종주 시 성공의 요인은 체력 외에 자신의 짐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꼭 필수적인 것만 가져가야 한다. 음식도 대피소에서 편하게 앉아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정 구간에서 지연 되면 전체 종주 일정이 틀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감을 미리 깍아 비닐 봉지에 넣어 두었다. 오이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동 중 허기나 갈증을 느끼면 먹을 수 있도록 중간에 배낭에서 과일 봉지를 꺼내 등산복 바깥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그러다가 이동 하면서 과일 조각을 하나씩 꺼내 먹으니 시간이 무척 절약 되었다.
과일 외에 떡도 좋다. 그러나 필자는 과일과 빵을 선택했다. 빵 역시 제과점 빵보다는 보존 기간이 더 오래가는 빵을 가져갔다. 혹시 이동 과정에서 빵이 상할 수도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어떤 분들은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가져 온 경우도 있었다. 김밥 역시 괜찮은 선택이다. 음식은 개인적 기호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만 무박종주 하면서 음식 먹는 시간을 줄이고, 음식이 상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은 2시간마다 보충 가능하니 생수 2병이어도 가능하다.
등산 과정에서 물은 필수적인 준비물이다. 그런데 지리산에서는 2시간 거리마다 대피소나 샘에서 물을 보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땀을 많이 흘려 물을 많이 먹는다고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을 배낭에 넣는다면 무게 때문에 무박종주를 망칠 수도 있다.
그런데 세석 대피소나 장터목 대피소에서는 음수대에 가려면 약간 밑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지친 무박종주자들에게는 이러한 고개길은 또 하나의 고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피곤하다면 대피소에서 파는 물을 사는 것도 좋다.
완주 기준 판단점으로 얘기하는 세석대피소 11시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지리산 무박종주를 할 때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하는 기준으로 여행사에서는 세석 대피소 11시 이전 통과를 얘기한다. 여행사 상품으로 무박 종주를 이용하는 경우 돌아가는 버스가 중산리에서 오후 5시에 출발 하는데 이 시간에 안전하게 맞추려면 세석 대피소를 11시 이전에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여행사가 일정 부분 여유를 고려해 설정한 시간 기준이다. 즉 11시 30분, 심지어 12시에 세석 대피소를 통과 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체력 수준에 따라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에 5시까지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처럼 추진했던 무박종주가 세석대피소에서 통과 시간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고 미리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시간 내에 들어 올 수 있고, 설령 시간이 초과 되어 서울 가는 관광 버스를 놓치더라도 다음 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되기 떄문이다.
무박 종주를 중간에 포기 하려면 세석 대피소에서 거림으로 내려오거나 장터목에서 천왕봉 가지 않고 중산리로 내려오면 된다.
세석 대피소까지 왔는데 더 이상 진행할 자신이 없으면 거림 방향으로 내려오면 된다. 거림에 내려와서 서울가는 관광버스를 기다렸다가 타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장터목 대피소까지 왔는데 천왕봉 올라갈 자신이 없다면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면 된다. 물론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이 돌로 된 험로여서 쉽지 않지만 천왕봉을 거쳐 가는 코스보다는 좋다.
만약 중산리까지 내려가 5시 관광 버스를 타지 못할 것 같다면 장터목 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백무동에서는 서울로 가는 일반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산리에서는 서울 가는 버스가 없어 진주까지 나가 버스를 타야만 한다.
이동 중 피로나 아픔이 있을 경우 휴식하되 오래 쉬면 포기하기 쉽다.
새벽 3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 이동하다보면 피로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무박종주를 완료 하려면 잠깐 잠깐 쉬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풀려 오히려 안 좋기 때문이다. 또한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각각 사용하는 근육 부위가 다르기에 힘들더라도 이동하다보면 저절로 풀리기도 한다.
따라서 휴식이 필요 하다면 잠깐 잠깐 쉬고, 쥐가 난다면 주물러 주면서 풀어 주는 것이 좋다.
가장 어려운 초반 구간인 삼도봉~벽소령 구간에서 힘을 내야 한다.
종주 코스를 돌이켜 보면 성삼재에서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대피소에서 피아골 삼거리에 이르는 구간은 매우 평이하다. 오르막이 있기는 하나 대부분 심하지 않고 평지의 비율이 많다. 따라서 초반 체력도 좋고 평이한 구간에서 속도를 내어 통과하는 것이 좋다.
초반부터 페이스 조절을 위해 너무 늦게 가다보면 종주를 위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초반 평이한 구간에서 속도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노고단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발하는데 이 때 여러 부류의 등산객들이 함께 한다. 무박 종주, 1박 2일 종주, 2박 3일 종주자처럼 다양한 그룹들이다. 그런데 이동 시 등산로가 좁아 정체가 벌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중간 중간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만약 속도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늦다면 과감히 추월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가다 보면 앞 부분에 1박이나 2박 하려는 사람들이 천천히 이동해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삼도봉 이전까지이다.
무박종주를 도전하는 사람들이 신속히 이동 하기에 삼도봉 근처에 오면 그 때는 같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무박 종주자들이다.
오르는 것보다는 내려갈 때를 더 조심해야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무박종주를 완료 했다고 하더라도 부상을 당했다면 아무런 의미없는 일이다.
필자의 경우 앞 부분에 공개한 시간표를 보면 초반에 열심히 속도를 내었지만 중산리에 도달한 시간은 그리 빠르지 않다. 어차피 천황봉까지 종주를 했으니 내려갈 때 법계사 코스에서 최대한 천천히 무릎에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천천히 스틱을 이용해 무게를 분산하며 내려 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필자는 무박종주를 했음에도 그리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무릎에 무리가 갔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따라서 무박 종주, 1박 또는 2박의 종주를 계획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려 올 때, 내리막길에서 부상 당하지 않도록 주의 하길 당부 드린다.
등산복 입을 때 내복을 껴 입지 않는 것이 좋다.
등산을 하다보면 의외의 경우를 많이 본다. 등산복을 입을 때 다른 때처럼 내복을 함께 입는 것이다. 그런데 등산복의 장점이 땀은 배출하고 보온 하는 것인데 내복이 중간에서 땀을 흠뻑 머금고 있다면 등산복은 본래의 기능을 못한다.
따라서 무박종주를 하는 경우 상의는 내복을 입지 않고 처음부터 등산복을 직접 입는 것이 좋다. 등산복이 몸에 직접 닿아도 느낌이 매우 좋다. 만약 내복을 입지 않아 추울 것 같으면 등산복에 내피를 넣어 입으면 된다.
이동 시 기록을 남기려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좋다.
필자 역시 본인이 이동했던 시간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밥 먹는 시간을 아껴 가며 이동하는데 지점별 기록을 하기 위해 종이와 연필을 꺼내야 한다면 이 또한 손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했다. 스마트폰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 화일 이름에 날짜와 시간이 들어간다. 따라서 주요한 지점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면 어디에 몇시 통과 했는지 분 단위까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만약 배터리 용량이 부담스럽다면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 두는 것도 좋다. 산속에서는 이동통신의 신호가 약하기에 스마트폰은 기지국과 통신을 위해 고출력을 이용하고 배터리를 빨리 소모 시킨다. 따라서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면 이동통신 기능이 꺼지기에 배터리를 아껴 쓸 수 있다.
분기점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 하자.
지리산 무박 종주는 수많은 코스를 거쳐 간다. 경우에 따라 분기점이 있는데 여기에서 길을 잘못 잡으면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만 한다. 시간 낭비는 물론 체력적 소모를 감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무박 종주 시 분기점에서는 반드시 이정표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천왕봉 가기 전까지는 대부분 '천왕봉'이나 다음번 대피소 이름으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으니 이걸 참조 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주는 곳이 있다. 피아골 삼거리인데 여기에서 피아골 대피소 방면으로 내려가는 곳이 오히려 높아 천왕봉 방면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길을 따라가면 다시 올라와야만 한다.
또 다른 구간은 천왕봉에서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는 코스이다. 법계사 이후 로타리 대피소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은 '경상남도 자연학습원'으로 크게 우회하는 길과 칼 바위쪽으로 내려가는 단거리 길 2개가 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아무 생각없이 중산리라는 표지만 보고 내려가다가 '경상남도 자연학습원' 코스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친 몸으로 막바지에서 길을 잘못 잡았다면 낭패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경상남도 자연학습원'에서 중산리 매표소를 운행하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코스를 접어 들었다면 그대로 내려가 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오히려 1시간, 2시간마다 운행하는 버스 시간과 맞다면 칼바위 코스보다 더 빨리 하산할 수도 있다.
아래는 '경상남도 자연학습원' 입구에 있는 버스 시간표이니 참조 하길 바란다. 성수기 등산객이 몰리는 계절에는 버스 회사가 증차 운행 하기 때문에 운행 시간을 핸드폰으로 문의 하면 된다. 핸드폰 번호는 010-2825-3001이다.
버스 시간표, 자연학습원, 법계사 입구를 거처 중산리 매표소까지 간다.
서울, 수도권에서 무박 종주 하려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좋다.
이미 여행사 버스 얘기를 여러번 언급했다. 필자의 경우 서울에 산다. 지리산에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이동 하려면 무척 힘들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런데 여러 여행사에서 지리산 무박 종주 상품을 운영한다. 대부분 서울 동대문역에서 10시에 출발, 10시 30분 양재역, 성삼재에 2시 50분경 도착하는 코스이다. 성삼재에서는 무박 종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내려 주고 버스는 백무동으로 온다. 백무동에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중산리로 내려오려는 등산객들을 내려주기 위해서이다.
관광버스는 이렇게 등산객들을 내려다 준 후 오후 5시 중산리 매표소에서 등산을 완료한 사람들을 태우고 서울로 다시 이동한다. 버스 전용차로 등을 이용 하기 때문에 빠르면 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양재역에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잠을 충분히 잘 수 있기에 매우 만족스러운 상품이었다. 필자가 이용한 여행사의 경우 2013년 가을 기준 요금이 45,000원이었다.
이제부터는 여행 과정에서 찍은 사진에 대한 설명이다.
동대문역에서 10시에 버스에 탑승, 출발했다.
성삼재에서 3시에 출발, 3시 31분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해 할매상을 찍었다. 등산로 입구를 4시에 개방하니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노고단 대피소 안에 들어가 보니 '노고 할매'의 유래 등이 전시 되어 있다.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3시 45분 경 입구로 이동했다. 직원들이 5분에서 10분 정도 일찍 열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은 5분전인 3시 55분에 열어 주어 본격적인 산행을 5분 일찍 할 수 있었다.
약간 경사를 오르니 노고단 고개가 나타난다. 4시 3분에 도착 했으니 8분만에 오른 것이다. 아직은 체력이 충분하기에 이 정도는 거뜬하다.
이후에 나타나는 구간은 평이한 구간이다. 좌우에 평탄 지형이 많아 열심히 속도를 내어 전진했다. 그러다보니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가 중요한 분기점인 삼도봉에 이르렀다. 5시 37분 도착이다.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출발 했다. 여기서부터 초반 산행의 어려움이 있는 험로 구간이다. 토끼봉, 벽소령까지 무척 힘든 구간을 각오를 하고 이동했다. 삼도봉을 내려가면서 급경사 바위길이고, 끝없는 계단 길이 나타나기도 했다. 새벽 서리까지 내려 미끄러운 계단을 거쳐 전진, 또 전진했다.
지리산 삼도봉
가다 보니 동이 트고 있다. 촬영 시간을 보니 6시 36분 49초이다. 2013년 10월 19일의 아침을 지리산 꼭대기에서 맞이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멋진 해돋이 모습을 보고 싶으나 아쉬움을 달래며 앞으로 전진한다.
아직까지 피곤하지는 않다. 무박 종주 완주에 대한 부담감에 졸리지도, 춥지도 않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7시 12분이다. 양호한 시간대이다. 힘든 구간을 지나쳐 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서 긴장이 풀어지면 안된다.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연하천 대피소에는 이렇게 음수대가 있다. 여기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물통에 물도 채운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에서 라면을 끊여 아침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박종주를 해야 하는 필자에게는 사치스러운 일이다. 화장실에 다녀 온 후 곧바로 발길을 재촉한다.
이제부터는 앞에 사람들이 별로 없다. 1박이나 2박 하는 사람들은 한참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가고 있다면 무박 종주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연하천 대피소에서 1박을 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오늘 날씨는 흐리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많이 끼어 있다. 이제 해가 떠 올랐으니 사진 촬영 후 썬 크림을 꺼내 바른다. 대충 눈 주위를 피해 바른다.
이제는 해가 한참 떠 올라 경치를 볼 수도 있다. 단풍이 예쁘게 들어 있는 지리산의 모습이다. 7시 35분에 촬영한 사진이다.
아래를 보니 한 분이 열심히 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스틱을 이용해 바위길을 내려간다.
이동하면서 휴식 겸 해서 사진을 조금씩 찍다가 이동한다. 앉지도 않고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잠시 휴식이 주는 꿀맛이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지리산 봉우리들의 겹쳐져 있는 실루엣이 아름답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지리산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였다. 지리산을 등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 거기에 덧붙여 종주 완주하면 좋겠다라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다음 몇 장은 경치 사진이다.
가을 단풍은 이처럼 소박 하면서도 조화롭다. 누가 저렇게 예쁘게 색깔을 내어 점을 찍을 수 있을까 ?
멀리 하얗게 보이는 곳이 호수나 저수지가 아닐까 생각 되었다. 그러나 구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멀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으나 무엇일까 여전히 궁금하다.
지리산의 단풍은 단풍나무가 아닌 이런 작은 나무들이 모여 아름다운 색을 뽐내고 있었다. 조화로운 산의 모습, 우리 인간이 배워야만 하는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드디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했다. 1단계 어려운 구간이 끝났다. 8시 23분이니 아직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벽소령 앞에는 이렇게 탁자가 놓여 있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여기에서 7분간 쉬면서 탁자에 앉아 물과 빵을 먹었다. 오늘 아침을 이걸로 해결하는 것이다.
필자의 배낭이다. 정말 간소하지만 필요한 것만 들어 있다. 물병도 가장 작은 크기의 생수통이다. 지금은 해드 랜턴을 벗어 배낭 위쪽 주머니에 넣었다.
가느다란 스틱이 오늘 필자를 많이 도와준다. 등산은 두발이 아닌 손을 포함해 네발로 하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평소 헬쓰를 통해 가슴과 팔 근육 운동을 한 것이 도움 된다. 대신 스틱은 부지런히 무게를 지탱하고 바위, 돌에 찍히느라 오늘따라 더욱 표면이 할퀴어져 간다.
이렇게 대피소에는 현재 위치와 앞으로의 대피소까지 거리, 예상 소요 시간이 표기되어 있는 안내판이 있다.
세석 대피소에 가면서 중간에 찍은 사진이다. 마치 골짜기가 일렬 종대로 늘어선 것 같다. 여기가 과거 지각 활동의 한 단면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이제 천왕봉이 최초 관측되는 지점이다. 9시 44분이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많아 천왕봉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을 달래며 기념 사진을 찍고 또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리산에는 이처럼 계단이 많다. 올라갈 때는 힘들고 내려갈 때는 무릎 충격 우려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러나 피해 갈 수 없는 것이기에 한걸음 한걸음씩 전진한다.
드디어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10시 31분에 도착했다. 여행사의 가이드라인인 11시에 비해 29분이나 빨리 왔으니 오늘 무박종주는 성공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세석 대피소에서 화장실을 보고, 밑에 쪽에 있는 음수대에 가서 물통에 물도 채운다. 갖고 있던 과일로 당분을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여기에서 무려 29분을 쉬었다.
오래 쉬니 오히려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으로 이동하기 위해 가야 하는 경사지가 더욱 높고 힘들게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니 다시 몸이 풀리고 힘이 난다.
이제는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12시 15분이다. 괜찮은 수준이다. 점심 시간이니 여기에 않아 물과 빵으로 점심을 먹는다. 백무동에서 올라온 한 등산객이 어디에서부터 왔냐고 묻는다. 새벽 3시부터 성삼재에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다 못해 여러번 쳐다본다.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
그러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사과를 쪼개 반쪽을 주신다. 힘 내서 천왕봉 올라가고 꼭 무박종주를 완수하라 하신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15분 정도 머무른 후 드디어 주봉인 천왕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올라가는 경사길이 급하기도 하며 돌로 되어 있어 힘든 무박 종주자의 다리를 자꾸 밑으로 끌어 내리는 것 같다. 힘든 다리를 위로할 겸 상체의 힘으로 스틱을 이용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자꾸 앞으로 나아간다.
고도가 높아지고 날씨가 흐려 주변은 구름으로 쌓여 있다. 소나무 주변으로 뿌옇게 있는 것이 구름이다. 높은 산 꼭대기에 있음을 실감한다.
여기는 구름과 바람 때문에 추위를 느낀다. 등산복을 내피까지 넣어서 입고 왔음에 감사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추위를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주변에 있는 잡초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주변 경관과 어울려 아름답고 소중해 보인다. 힘들게 올라 왔으니 모든 게 좋은 것이리라 !
이렇게 계단이 나타나면 절망감을 느낀다. 언제 저길 올라가나 ? 지금 시간이 오후 1시 38분이니 새벽부터 잠도 안자고 등산 시작한지 벌써 10시간 38분째이다. 이런 피로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사진을 세로로 찍어서 그런지 더욱 높아 보인다.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오후 1시 23분이다. 감회가 새롭다. 최초로 천왕봉이 보이는 지점에서 잘 보이지도 않던 이 멀고도 높은 곳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정상에 늘어선 대기 줄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 사진을 찍었다. 이제 하산만 하면 된다. 천왕봉 정상에서 법계사 방향 경사진 바위길로 접어든다. 끝없이 나오는 경사지의 나무와 돌로 된 계단을 수없이 만난다.
이제는 스틱의 길이를 길게 한다. 계속 내려가야 하니 스틱을 길게 해 팔로 다리의 부담을 좀 더 분산 시키려는 것이다. 덕분에 팔이 역시 큰 역할을 한다. 다치지 않게 발걸음을 재촉해 내려간다.
하산 중 만난 나무이다. 구름에 쌓인 뒤 배경과 더불어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지리산의 모습이다.
계속 발걸음을 재촉하니 구름도 걷히고 단풍이 아름답게 들어 있다.
드디어 법계사에 도착했다. 이제 천왕봉에서 중산리 내려가는 길의 1/3을 왔다. 천천히 내려온 때문에 오후 2시 46분이 되었다. 중산리라는 표지판이 반갑다.
법계사에 들어가보고 싶지만 저 언덕을 오르고 싶지 않다. 지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리서만 바라보고 다시 하행길을 재촉한다.
여기서 내려가면 중산리가 3.4Km이다. 그런데 길을 잘못 접어들면 자연학습원쪽으로 6Km가 넘는 길을 가야 하니 조심해야 한다.
이후 중산리 매표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후 4시 29분이다. 새벽 3시에 시작한 등산이 총 13시간 29분만에 끝났다. 기다리고 있던 여행사의 산행대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근처 식당에서 허기를 달래고 5시에 관광버스에 탑승후 곯아 떨어졌다. 나중에 양재역에 도착하니 9시 30분쯤 되었다.
지리산 무박종주의 꿈을 이루고 집으로 향하는 걸음은 무척 반가웠다. 인생에서 도전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완수했기 때문이다. 지리산을 온 종일 헤매고 다녔어도 뿌듯함에 피로는 저리 물러나 있다. 이런 맛에 등산을 하리라 !
만약 지리산 무박종주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꼭 도전해 보길 바란다. 무엇이든 도전해서 안될 일 없고 나중에 큰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기에 언급한 사항 외에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문의 하기 바란다. 즐거운 산행, 명산 지리산과 함께 한 멋진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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