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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추억

봄비가 전해주는 기쁨과 아련함의 서로 다른 시각

by SenseChef 2014. 4. 27.

봄비 소리에 깬 아침의 상쾌함 !


봄비는 왠지 낭만적이고 그냥 좋아 보이는 단어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그동안과는 다른 느낌에 잠을 깨었다. 살짝 눈을 떠 보니 시간에 비해 아직도 밖이 어둡고 묘한 느낌이 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동안 봄 가뭄이 계속 되었기에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어렸을 때 비가 오면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억이 났다. 그 많은 비가 어떻게 하늘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비를 맞고 나면 왜 나무들이 금방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인지, 내 자신도 비를 맞으면 어른들처럼 키가 커지는 것인지 궁금했던 시절이었다.


비는 봄, 여름, 가을, 심지어 겨울에도 내리지만 봄에 내리는, 새 생명을 재촉하는 비는 그래도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봄비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다.  

가지 끝에 걸린 봄비의 맑음




봄비가 불러오는 놀이터의 즐거운 파업 !


아침에 시간이 좀 지나면 아이들이 놀이터에 와서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 든다.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싶은데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 특유의 소리가 이를 방해한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내려 놀이터의 모래가 젖었다. 많은 비가 아니기에 심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놀 수 없는 상태이다. 물론 아이들은 촉촉한 느낌의 모래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 단지 엄마한테 혼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


그래서 봄비는 아파트 놀이터를 갑작스럽게 파업 상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생각이 들자 오늘은 조용해질 놀이터가 갑자기 아쉽다.


그동안 주의깊게 보지 않았는데 등나무가 정말 무성하게 자라났다. 놀다가 지친 아이들을 그늘로 감싸 줄 고마운 등나무이다.



비오는 낭만과 현실적인 어려움의 공존 !


봄비는 분명히 감성적인 이벤트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보면 이는 여러가지 지저분함을 가져온다. 아파트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봄비를 맞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나뭇잎이 떨어져 있고 얼룩이 져 있다.


따라서 비가 그치고 나면 세차를 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위에 내려앉은 빗방울이 아직도 뭉쳐져 있다. 어떤 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비 올 때 차에 비누칠 해 놓으면 얼굴처럼 깨끗해져요 ?" ^^


비가 내려서 세차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청결하게 해야 할 때를 봄비가 알려 주는 것 뿐이리라 ! 비가 그치고 나면 세차장에 가서 고생하는 차를 깨끗히 씻겨줘야겠다.

자동차 앞 부분의 빗방울


자동차 지붕에 사뿐히 내려 앉은 봄비의 모임



남녘의 바다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 오기를 !


봄비가 전해주는 감흥에 젖어 돌아다니다가 비가 만든 작은 물 웅덩이와 마주쳤다, 아주 얕고 조그마한 물결이 일렁인다. 연신 내리는 빗방울이 물결을 계속해서 만든다.


그러나 아직도 진도에 있는 남녘 바다에서는 세월호의 수많은 생명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갑자기 들떴던 마음이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여러가지 비판과 비난, 소문과 억측이 난무 하지만 하루빨리 신속하게 처리되길 기대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에 대한 희망이 점점 실낱같이 작아지지만 그래도 이를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물 웅덩이의 잔잔판 물결



봄비는 새로운 생명을 일깨우고 성장을 재촉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오늘 봄비가 내리고 나면 아직도 땅속에서, 나무 끝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던 새로운 존재들을 조만간 우리가 볼 수 있게 된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화초이든, 잡초이든 좋아지는 봄비 내리는 아침이다. 그동안 대형 사고로 얼룩져 있던 우리의 슬픈 마음이기에 주변에 항상 좋은 소식과 행복함만이 가득차기를 갈망하는 것이리라! 좋은 소식 가득한 나머지 2014년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