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세탁기를 구입한 이후 지금까지 25년동안 사용해 오다가 이번에 LG전자에 기증한 사람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5년은 10년마다 바뀐다는 강산이 벌써 2번이나 바뀌고 세번째 바뀌어 가는 오랜 기간입니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제품을 그리 오래도록 쓰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걸까요 ?
25년된 세탁기, Source: LG전자 홈페이지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결혼 생활이 아직 20년도 안 되었는데 결혼할 때 샀던 물품 중에 남아있는 물건이 없네요 !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 우리의 삶의 방식, 제 자신이 많이 바뀐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1. 신상품이 나왔는데 구닥다리, 친구들과 비교 돼 창피해 ! 무조건 바꾸자 ~
새로운 제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출시 됩니다. 집에 있는 텔레비젼도 수난을 많이 겪었습니다. 이른바 배불뚝이라고 불리는 브라운관 TV는 이제 가정에서 보기 힘듭니다. 멀쩡하게 잘 동작하는데도 거실에서 퇴출된 것이지요 ! 왜 그랬을까요 ?
"와 ! 골동품점이다. 이젠 보기 어려운 배불뚝이 TV가 아직도 있네 !"
"너랑 배불뚝이랑 닮았다. 뱃살 나온 너랑 배불뚝이랑 나이가 같은 거 아냐 ?"
"애야 ! 요즘 돈이 궁하니? 아직도 저런 티비 보니 너네 살립살이가 힘든가보구나 !"
"엄마, 우리도 텔레비젼 크고 좋은걸로 바꿔 ! 지난번에 집에 왔던 친구들이 놀려. 창피해!"
요즘 생활, 남들과 비교 많이 하고 사는데요, 제품을 오래동안 쓰고 싶어도 남들이 그냥 두지 않습니다. 위에 있는 것처럼 창피한 상황이 되면 그날 이후로 구형 제품은 그대로 쓰레기장의 재활용품장으로 직행합니다. 앞으로 3년, 아니 10년도 더 쓸 수 있는 것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지요 ! 겉보기가 중요한 시대, "모냥(모양)" 빠지는 것이 죽기보다도 싫은 현대 생활입니다.
2. 고장 났네 ? 고치자니 귀찮아 ! 그냥 바꾸자 ~
세탁기가 고장이 났습니다. 빨래가 밀려 있는데 A/S 센터 전화해서 기사 방문 약속 잡고 하려니 머리가 아픕니다. 맞벌이라 그 시간에 집에 없는데 어떻게 하지 ?
텔레비젼이 고장 났습니다. 요즘 한참 인기있는 드라마 봐야 하는데 못 본다고 가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릅니다. A/S 센터 전화해 보니 방문 약속이 밀려 이틀 후에나 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할까요 ? 예외는 있겠지만 고치기가 귀찮고 맞벌이라 A/S 받을 시간도 없어 매장에 나가 새 제품을 사게 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파트의 재활용품장에 가 보면 아직 멀쩡하고 외관도 꺠끗한 제품들이 수리를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길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3. 어라 부품이 없네 ! 더 쓰고 싶은데 ! 제조업체의 장난질 ~
비싼 돈을 주고 산 텔레비젼이 고장 났습니다. 수리를 받으려고 했더니 A/S 기사가 그럽니다. "고장난 부품이 재고가 없어 고칠 수 없어요 ! 새로 사셔야 되요"
컴퓨터에 들어가 있는 RAM이 고장 났습니다. 살려고 하니 이제는 해당 방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고 물품을 찾아봐도 찾기 힘듭니다. 이젠 컴퓨터의 전원장치가 고장이 났습니다. 그런데 전원장치를 사려고 하니 구형이라 해당 커넥터 방식이 이젠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팔려고 커넥터 형식만 바꾼 것이지요 !
컴퓨터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도 이젠 IDE 방식 찾아보기 힘듭니다. 구형 컴퓨터에는 IDE 방식만 쓸 수 있는데 성능 개선 등 여러가지 이유로 새로운 SATA 방식이 적용되어 이젠 IDE 방식 하드디스크가 나오지 않습니다.구형 컴퓨터가 아무리 쌩쌩해도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제품의 재 구매를 지속적으로 일으킬 필요가 있는 제조업체의 목적상, 제조업체들은 부품을 오래동안 보유하고 있을 인센티브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고장이 나지 않는 부품들의 경우 기존 제품들을 폐기하고 새로 사도록 성능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커넥터나 모양을 일부 바꿔 수요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제품을 오래 쓰고 싶어도 제조업체들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하고 있습니다.
4. 요즘 제품은 튼튼해 ! 제품이 보내는 이상 신호, 하소연은 무시 ~
어렵고 못 살던 시절, 큰 맘 먹고 구입한 텔레비젼이나 냉장고, 세탁기는 정말 소중한 재산입니다. 25년이나 세탁기를 이용한 사연의 주인공도 결혼 후 큰 맘을 먹고 구입했던 고가의 세탁기였으니 세탁기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을것입니다.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지저분해지면 닦아주고, 세탁기가 힘들까봐 세탁물도 많이 넣지 않았을 것이며, 세탁기 밑이 녹슬지 않도록 배수도 잘 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현대인의 생활은 어떨까요 ? 제품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제조업 품질이 좋아져 고장도 잘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품을 아낀다거나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이용합니다. 사용 설명서나 주의 사항도 읽어보지 않습니다.
세탁기를 돌리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해도 그냥 둡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인가 세탁기가 이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균형이 틀어져 진동이 발생하는데도 그냥 두는 것이지요 ! 진동이 심해지면 내부의 부품들에도 영향이 가서 결국 세탁기는 멈춰섭니다. 그런 세탁기를 보면서 그럽니다. "에이 ! 산지 얼마나 된건데 벌써 고장이람 ! 이 회사 제품 못 쓰겠네. 전화번호 어디있어 ? 제품 똑바로 만들라고 따져야겠다!"
제품을 오래 쓰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생활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품이 보내오는 아프다는 하소연은 애써 무시하기만 합니다. 이런 생활 방식에서 제품을 오래 쓰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이상과 같이 제품을 오래쓰지 못하는 현대 생활에 대해 얘기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창피함에 새 제품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으며, 수리 받기가 힘들거나 귀찮음, 일부 제조업체의 장난질, 제품을 함부로 이용하는 생활 방식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품의 단명은 경제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분명히 큰 손실입니다. 소비자들의 지갑만 얇아지게 되는 것이며, 멀쩡한 제품들의 폐기 및 생산 비용, 이에 따라 수반되는 환경 영향 등을 고려하면 단순하게 넘어갈 성격의 사안이 아닙니다.
시민단체나 정부 등에서 물품 오래쓰기 운동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
제품을 오래쓰는 것이 미덕이요, 칭찬받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신제품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며, 고장나더라도 기꺼이 수리해서 쓸 것입니다.
현명한 소비자의 Smart한 활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감사합니다.
'IT 동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C뉴스, 애증과 애정 뒤섞인 감정의 볶음밥 (0) | 2012.11.06 |
---|---|
애플 사과문의 진정성을 생각하며~ (0) | 2012.11.05 |
포털 검색어를 통해 본 대선주자 순위 비교 (0) | 2012.11.02 |
애플은 왜 고객들의 충성도를 잃고 있을까? (0) | 2012.11.01 |
구글, 페이스북 모바일환경에서 고전하는 이유 (0) | 201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