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 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감히 누구도 아성을 깨 뜨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철옹성 기업이었습니다.
마이크로스프트는 데스크탑 PC 운영 체제로, 인텔은 CPU로 윈텔(WinTel)이라는 동맹체를 만들어 경쟁자들을 물리쳤는데,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상황이 무척 안 좋아졌습니다.
소비자들이 데스크탑 PC 대신 테블릿이나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면서 데스크탑 PC 시장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의 WIndows 8을 출시하여 재기를 노리고 있는데, 인텔은 어찌된 일인지 가시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시장에서 관심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CPU, Source: wikipedia.org
최근에는 믿었던 마이크로소프트에도 배신을 당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의 CPU에 특화시켜 Windows 운영체제를 개발 했었는데 Windows 8부터는 ARM 계열의 CPU용 운영체제도 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WIndows 8 RT로 불리는 이 운영체제가 일반 Windows 8에 비해 실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지 않은 제약 사항이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 인력을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향후에는 인텔 CPU가 아닌 ARM 계열 CPU를 이용하는 Windows 8 RT가 더 많이 팔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 등의 모바일 단말기 제조업체는 왜 인텔 CPU 대신 ARM 계열의 CPU를 많이 이용할까요 ?
인텔과 ARM 계열 CPU는 서로 상이한 제품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충분한 전원과 넉넉한 방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데스크탑PC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텔 CPU는 발열량보다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실행할 수 있느냐에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ARM 계열 CPU는 속도보다는 발열량을 낮춰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것을 중시합니다.
그렇다면 테블릿이나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단말기에는 어떤 CPU가 적당할까요 ? 항상 배터리 소모량 때문에 허덕이는 모바일 기기에는 당연히 전력 소모가 적은 ARM 계열의 CPU가 제격입니다. 만약 애플이 인텔 CPU를 기반으로 아이폰을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긴 시간동안 아이폰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바일로 대세가 옮겨가는 현재의 흐름속에서 인텔 대신 ARM 계열 CPU가 모바일 단말기들에서 더 많이 이용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현재 인텔의 CPU는 Windows 데스크탑 PC 외에 애플의 MAC 컴퓨터에서도 주력 CPU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텔 CPU가 앞으로도 애플의 MAC 컴퓨터에서 계속 쓰인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애플이 해결하고자 하는 당면 과제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 테블릿, 데스크탑 환경 간 유저 경험(UX, User Experience)의 일관성과 호환성 유지입니다. 소비자가 애플의 어떤 단말기를 쓰더라도 똑같은 앱, 동일한 이용 방식을 제공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인텔 CPU를 이용하는 MAC 데스크탑인데요, 여기에는 인텔 CPU가 들어가 있어 ARM 계열 CPU에 맞게 만들어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앱들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지요 ! 실제로 애플이 자랑하는 SIri도 이런 제약 사항 때문에 MAC 데스크탑 PC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애플이 조만간 MAC 데스크탑 PC의 CPU를 인텔에서 ARM 계열 CPU로 바꿀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이러한 흐름이 업계 전체로 확대 된다면 인텔 CPU는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되는 시나리오가 발생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텔이 그동안의 CPU 설계 기조에서 벗어나 속도 대신 저전력 특성을 자사의 CPU에 강화 한다면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애플이 M&A를 통해 ARM 계열 CPU의 자체적인 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텔이 저전력 특성을 강화 한다고 하더라도 애플은 지속적으로 데스크탑 PC에서도 ARM 계열 CPU를 쓰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만약 애플이 인텔 CPU와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저전력의 ARM 계열 CPU를 성공 시킨다면 애플은 이를 MAC으로 확대할 것입니다. 바로 스마트폰, 테블릿, 데스크탑 환경에서의 일관된 경험과 편의성을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버림을 받고, 이제는 애플에게도 버림받아 시장에서 없어질지도 모르는 사면초가의 위험한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인텔의 사례는 아무리 훌륭하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당대 최고의 기업이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됨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필자가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데스크탑 PC에는 인텔의 쿼드코어 CPU가 들어 있습니다. 묵묵히 박스 안에서 일하고 있는 CPU와 인텔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인텔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로 CPU의 저전력 특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텔은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데가 없다는 배수의 진, 파부침주의 정신으로 CPU의 전력 성능 개선을 위해 노력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강남갔던 제비처럼 제조업체들은 다시 인텔 편으로 돌아 올 것입니다.
영원한 1등, 영원한 경쟁력, 영원한 Loyalty가 존재할 수 없음을 인텔 사례를 통해 절실히 느낍니다. 애플도, 삼성전자에게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부디 인텔이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ARM 계열 CPU와 건전한 경쟁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인텔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모두 유리한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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