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은 왜 자꾸만 뼈를 깍는 아픔을 반복할까?
지인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TV에 어두운 뉴스가 나온다. 팬택의 임직원들이 월급을 20%씩 반납하는, 뼈를 깍는 자구 노력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어떤 기업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 임직원이 힘을 합해 노력하고 월급까지 반납한다는 뉴스는 통상 다른 사람들의 응원을 받게 된다. 절박함이 묻어나는 진정성과 노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택의 자구 노력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은 무척 달랐다.
"팬택은 왜 또 어려움에 빠진거야 ?"
"몇해 전에 팬택이 어렵다고 해서 단말기를 사 줬는데 또 어렵다고 하소연해 ?"
"이번에 도와준들 옛날을 잊고 다시 다른 기업들처럼 이기적일텐데 굳이 도와 줄 필요가 있겠어 ?"
팬택은 왜 이리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을까 ? 그들의 자구 노력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
팬택의 베가 팝업 스마트폰, Source: 팬택 홈페이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팬택의 역사 !
팬택은 1991년 3월말에 설립된 휴대폰, 스마트폰을 만드는 단말기 제조업체이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 관계를 갖고 있다. 단말기 사업은 통상적으로 투자비가 많이 들고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에 팬택은 경영이 어려워져 2006년 12월 기업개선 작업이라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5년 뒤인 2011년 12월 드디어 워크아웃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놀라운 성과였다.
그러나 3년이 경과된 2014년 2월 팬택은 워크아웃을 다시 신청하였으며, 2014년 8월부터 회생 절차가 개시되었다.
이처럼 단기간 내에 팬택이 다시 어려움에 빠지니 팬택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나빠지게 되었다.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암울한 뉴스가 자꾸만 전해지고 있기 떄문이다.
물론 팬택의 경영이 어려워진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외부적인 영향은 동종 업계 기업 모두가 함께 받는다. 따라서 팬택만 거듭해서 경영난에 빠지는 것은 팬택 내부에 무엇인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임직원들의 자구 노력은 중요하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팬택의 직원들이 급여 20%를 반납하면 그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 이러한 비용 절감을 통해 기업이 처한 경영난을 타파할 수 있을까 ?
팬택이 공개한 2014년 반기 보고서에 의하면 팬택의 직원수는 1,764명이며, 연간 급여 총액은 433억원이다. 직원들이 급여를 20%씩 반납한다면 1년간 절감 할 수 있는 비용은 87억원, 월 기준으로는 7.2억원에 불과하다. 급여 절감액에 임원들의 반납분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를 반영 하더라도 그 규모가 획기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2014년 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팬택의 상반기 당기 손실 규모는 무려 912억원이다. 또한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8,032억원이다.
팬택의 경영 부담과 급여 반납 효과 비교
따라서 임직원들의 급여 반납액 87억원이 일정 부분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샤오미의 이용자 중심적인 소프트웨어 정책에서 생존 해법을 찾을수도 있다.
샤오미(Xiaomi)라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뜨고 있다. 그들 역시 팬택처럼 안드로이드 기반의 단말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제는 삼성전자나 애플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물론 샤오미는 저 임금에 따른 낮은 생산 원가, 대규모 내수 기반이라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샤오미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면서도, 저렴한 고 기능성의 단말기를 생산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샤오미가 단순히 저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는 중국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샤오미는 이용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 해 매주 금요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한다. 이용자들은 미비 사항이 있는 경우 다시 적극적으로 피드백 해 단말기에 있는 문제가 신속히 해결된다. 이는 결국 샤오미 스마트폰의 기능성과 안정성 향상을 가져오며,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한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인다.
앞으로 더욱 까다로워질 스마트(Smart)한 현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 하려면 소비자 친화적인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팬택은 그동안 샤오미처럼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대로 해 왔을까 ? 팬택이 냉정한 자기 비판과 성찰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시장의 원리 존중 vs 지원을 통한 인위적 회생 사이의 고민 !
시장(Market)은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태계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저절로 흘러가는 것처럼 시장 역시 무엇인가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균형점을 찾아 스스로 움직인다.
그러한 자정 활동 중의 하나가 능력없는 기업들의 도태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시장의 순리이다. 억지로 인위적인 지원을 하더라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영난에 빠진 팬택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맞다. 이미 한번 지원을 통해 살아난 팬택이 다시 어려움에 빠졌으니 조만간 또 다시 자생력 부족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팬택이 삼성전자, LG전자와 국내의 고가 단말기(High End)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로의 팬택 회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생존을 하려면 팬택이 기존과는 다른 영역을 발굴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런 시장이 존재할까 ? 아직도 시장 개척의 기회가 많은 아프리카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이에 해당 될 수도 있다.
이미 상당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팬택이 생산 거점 다변화 등을 통해 제조 원가를 낮춘다면 고 기능성의 스마트폰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팬택이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폰에 목말라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면 팬택의 회생은 응원할만 하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뼈에 스며드는 한기를 느낄 팬택의 직원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그들의 자구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길 바라며,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팬택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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