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IT 정책의 규제와 진흥을 분리 한다고 한다. 무슨 뜻인지 알 듯 말 듯하다.
규제는 어떤 것을 통제하는 것이고, 진흥은 잘 되도록 북돋우는 것이다. 그런데 규제와 진흥을 함께 두는 것과 분리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을까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로운 정부 조직을 구상하면서 화두로 던질만큼 규제와 진흥은 상호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어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경찰에 음주운전 단속 권한은 있는데 범칙금 부과 기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음주운전은 이 시대에 중단되어야만 하는 중요한 사회적 범죄이다. 따라서 경찰들은 심야의 취약 시간대에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한다.
만약 경찰이 음주운전을 적발 하더라도, 운전자에게 벌금이나 구속 등의 아무런 제재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아무도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오히려 증가될지도 모른다.
음주운전이라는 정부의 규제 정책 이행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없다면, 정부의 규제는 전혀 먹혀 들지 않는다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Source: wikipedia.org
학교에서 성금 모금을 한다. 성금 기탁자에게는 수행 평가 시 가점을 주고, 이미 받은 감점은 면제해 준다고 한다. 성금 모금은 잘 될까?
아마도 학교의 성금 모금 행사는 성황리에 끝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참여 하에 학교가 목표했던 성금 모금액을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성금 모금 시 가점이나 감점 제도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성금 모금이 잘 될까? 경기 불황까지 겹쳐 있는 요즘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돈을 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니다. 또한 성금 모금 행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개인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니 성금 요청을 무시하고 싶어질 것이다. 따라서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성금 모금 행사는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성금 모금이라는 진흥 정책에, 가점과 감점이라는 규제 정책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진흥 정책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통신요금 인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중요한 IT정책이다. 아무리 요금 인하를 종용한들 규제 권한이 없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말을 누가 들을까?
기본료, 데이터 요금 인하 등의 정부 전략은 통신사업자들의 매출을 감소 시키는 정책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좋겠지만 이를 수용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를 쉽게 받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은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요금 인하 정책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여 자신들이 얻을 불이익이 거의 없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IT 관련 진흥 정책만 갖고 있게 될 미래창조과학부의 엄연한 현실이요, 제약 사항이다.
IT 규제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남아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말은 잘 들을 수 밖에 없다.
통신사업자 규제 정책의 대표적인 것에는 접속료 조정,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벌금 부과 등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접속료 기준의 일부 조정에도 큰 이익이나 손실을 얻게 된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은 규제 기능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영향력에 대해 긴장한다.
만약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본료 인하를 종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상징적인 수준에서의 통신요금 인하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도전할 때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와 진흥 정책 중 규제가 훨씬 큰 통제력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융합화는 정부 조직에도 필요하다. 진흥과 규제 분리보다는 통합 운영으로 바꾸길 바란다.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은 서로 융합화(Convergence) 되어 가고 있다 서비스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통합적인 이용이 늘어가고 있기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 조직은 융합이 아닌 분리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진흥과 규제를 분리 시켜 두고 어떻게 정부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려는지 궁금하다. 물론 개별 부처 간의 이슈는 총리실에서 조정을 통해 진흥과 규제 정책 모두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개별 부처의 독립성을 저해 하기에 비 현실적인 방안일 수 밖에 없다.
급변하는 IT 산업의 흐름에 대비키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국내 민간 기업은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제 애플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해 줘야 할 정부 조직은 분권화 되어 가고 있다. 규제와 진흥이 분리되어 있기에 정부 조직간 부서 이기주의 또한 증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금 IT강국 코리아를 외칠 수도 있다. 정말로 바뀌어야 할 자신들은 그대로 두고 외부의 변화만 유도하고 있는지 모른다.
새로운 정부에 진정으로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자신이 많이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가 바뀌면 민간은 흥이 나서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열어갈 민간과 정부 간의 아름다운 동행이 하루빨리 현실로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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