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스마트폰은 못 쓰는 걸까 ? 안 쓰는 걸까 ?
어떤 것을 못 쓰는 것과 안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둘 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동일하나, '못 쓰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안 쓰는 것'은 기기가 정상 동작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더 이상 사용치 않으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그런데 요즘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2년이어서 상댱량의 구형 스마트폰들이 집에 남겨진다. 그것들이 여전히 동작 됨에도 불구하고 방치 되어 있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거 하면서 돈까지 준다. 그들은 왜 구형 스마트폰을 가져가는 걸까 ? 그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기에 그러는 걸까 ?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린 스마트폰 ! Source: wikimedia.org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로의 빠른 전환을 유도 하기 위해 구형 모델의 보상 판매를 진행한다.
신상품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빨리 써 보려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을 주저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구형 제품의 보상 판매를 통해 비용을 지원해 준다면 그들은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교체에 나설 것이다. 보상 판매가 새로운 제품, 새로운 스마트폰의 판매 촉진에 활용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스마트폰 보상 판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옴니아2이다. 초창기 모델로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제품을 갤럭시S로 바꾸는 보상 판매를 시행했고, 이후 옴니아2에 대한 불만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제조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갤럭시 S3가 출시 될 때 이동통신사에서도 기존 제품의 보상 판매를 진행 했다. 갤럭시S3의 1호 개통 가입자 역시 보상 판매를 통해 기기를 변경했다(출처).
이러한 사례는 스마트폰 외에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김치 냉장고도 구형 제품을 신 제품으로 바꿀 때 일정 금액을 보상 해 주어 신 제품 구매에 따른 부담을 덜어 준다. 자동차도 영업 사원이 기존에 타던 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대신 팔아 준다.
이러한 보상 판매의 목적은 매우 직관적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구형 제품에 금전적 보상을 주어 소비자들의 신제품 구매에 따른 가젹 저항감을 낮춘다는 것이다.
구형 모델 이용을 줄이면 스마트폰의 파편화(Fragmentation) 현상이 완화된다.
보상 판매를 통해 구형 모델이 사라지면 어떤 장점이 또 있을까 ? 그 중에 하나는 파편화 현상의 완화이다. 파편화는 시장에 너무나 다양한 모델의 스마트폰이 있어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 너무 힘든 현상을 의미한다.
시장에 풀린 스마트폰이 많을수록 화면 크기, 메모리 용량, 프로세서(AP)의 처리 속도 등에 따른 다양한 경우가 있어 소프트웨어 개발 시 이러한 조건을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
그런데 보상 판매를 통해 구형 모델이 시장에서 획기적으로 줄어 들게 된다면 해당 모델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인력과 시간 투입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관리 비용이 줄어 드니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에게 구형 모델의 보상 판매는 매우 효율적인 마케팅 정책일수 밖에 없다.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에 대한 약정을 연장하여 충성심 높은 이용자를 확보한다.
보상 판매는 통상 동일한 제조업체의 제품이나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에 적용 된다. 갤럭시 S3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갤럭시S4를 보상판매 할 뿐 아이폰은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 등에서의 중고폰 회수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동일 제품군, 동일 서비스로의 보상 판매 목적은 이용자들을 묶어 두기 위한 것이다. 돈을 조금 투입 해서라도 해당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쓸 수 있게 만든다면 해당 이용자를 계속 묶어 둘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충성심 높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Lock-in 전략이다.
동일한 이동통신 회사의 서비스를 10년 이상 쓰거나 특정 브랜드의 전화기를 장기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수거된 모델을 수리하여 제3 세계 등의 저가 수요국에 재 판매한다.
구형 스마트폰은 조금만 수리하면 정상품처럼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보상판매 시 조건을 보면 대상 제품의 상태에 따라 보상 가격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른바 A급, B급, C급 등으로 액정, 긁힘 정도, 메모리 용량 등에 따라 보상 수준을 달리한다.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가 보상 판매로 수거한 제품을 양품화 하여 아직도 구형 모델의 인기가 높은 아프리카 등의 제3국에 판매한다면 그들은 또 다른 시장을 만들 수있다. 보상 판매에 들어간 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나라별로도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새 제품처럼 수리한 구형 모델을 저가 수요층에 보급 한다면 단말기 수급, 판매 등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이 여러개 생겨난다.
보상 판매가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의 비용 요소(Cost Center)만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보상 판매,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더 열게 만드는 것, 쓸 수 있다면 더 쓰는 것이 지혜롭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보상 판매는 여러가지 측면의 경제 효과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소비자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결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이다.
반짝 반짝 눈 앞에서 광채를 띠는 신제품 스마트폰을 본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를 구매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망설이게 된다. 이런 경우 판매사원이 한마디 거든다. "고객님이 갖고 계신 스마트폰의 보상 판매를 하는데 내일까지 행사가 마무리 되니 지금 서두르시는 것이 좋다 !" 이런 얘기를 듣고 마음이 끌리지 않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
애플도 곧 구형 아이폰에 대한 보상 판매에 나선다는 기사가 나왔다. 지금 이용 중인 아이폰이 쓸만한 것이라면 조금 더 써도 좋다. 적어도 6개월에 한번씩 신 제품이 나오니 한번 건너 뛰고 다음에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상 판매, 결코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지갑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갑이 두툼하지 않은데 쓸만한 스마트폰을 버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낭비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소비까지 현명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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