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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스마트기기 전원을 잠시 꺼두는 지혜의 필요성

by SenseChef 2014. 2. 2.

'띵동 ! 혹시 해외 여행 가세요 ?"

 

영종도에 사는 필자의 지인을 오래간만에 방문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만나지 못했기에 기쁜 마음을 갖고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해 영종도에 진입했다.


그런데 잠시 후 문자 메시지가 온다. 이동통신사에서 혹시 필자가 해외 여행을 가는지 친절하게 물어 보며, 로밍 시 서비스 이용 방법 및 주의 사항을 알려 주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통신사에서 적극적으로 미리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다른 생각이 머리에 스친다. '이동통신사에서 내가 공항근처에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 거지 ? 그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 나에게만 이런 안내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 보기로 했다.


공항 근처에 갔다가 이동통신사로부터 수신한 문자 메시지



 

현재 위치, 해외 로밍이라는 개인의 정보가 파악되어져 문자 메시지가 온다 !

 

영종도 내 목적지에 도착해 서울에서 온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는지 확인해 보았다. 같은 이동통신사 이용자이나 해외 로밍 관련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문자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과거에 해외에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이동통신사가 각 개인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있고, 해외 로밍 서비스 사용 이력이라는 개인 정보와 연동 시켜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이다.


이동 통신사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화기의 기지국 접속 정보를 계속 갱신 해야 하기에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위치'와 '로밍 서비스 사용 이력'이라는 독립된 정보가 모여 사람 또는 그룹을 특정 할 수 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이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아래는 필자가 수신한 문자 메시지 내용 전문이다.


[XXX 통신사] 해외에서 휴대폰 사용안내


고객님, 해외여행 가세요?
여권, 항공권 잘 챙기셨다면, 로밍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해외 도착 후, 휴대폰 전원을 켜시면 자동으로 전화와 문자 이용이 가능합니다.

1. 문자와 MMS 수신은 무료입니다.

2. 전화와 문자 사용방법은 국내와 동일합니다.

3. 단, 고객님께서는 데이터로밍 차단 신청 중으로, 데이터로밍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카카오톡, 뉴스, 인터넷 등을 마음껏 이용하시려면, “XXX”(X천원/일) 요금제에 가입하세요.

[이용신청]
1. 공항,항만 내 XXX로밍 센터 방문
2. 고객센터 114 (무료)
3. http://m.xxx.co.kr (무료)

수신 거부 XXX    



 

이동통신 서비스의 이용 정보가 모아지면 개인의 일상 생활에 대한 파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 정보가 조합 되면 각 개인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로 상세히 파악 할 수 있을까 ?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에 따른 과금을 위해 이용자의 통화 상대방 및 통화 시간에 대한 기록이 남겨진다. 그런데 이를 분석하면 이용자의 친구 관계나 연인 관계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특정인과의 통화량이 급감 한다면 연인과의 헤어짐으로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용자 단말기의 이동통신사 기지국 접속 이력을 살펴 보면 하루 동안 개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위치, 이동 경로, 체류 시간 등을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쇼핑몰, 마트, 재래시장, 특정 브랜드 매장처럼 위치를 세분화 하여 분류 한다면 개인의 구매 성향과 브랜드 선호도도 파악될 수 있다. 맞춤형 광고에 필요한 정보들이다.


또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동통신사가 이용자의 모바일 웹페이지 접속 이력과 검색 키워드를  중간에서 추출해 낼 수 있다면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궁금해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사례들은 이동통신사가 실제로 그런 정보를 축적 하거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자의 가정 상황이다. 그러나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폭로한 것처럼 우리가 모르는 어떤 곳에서 이러한 정보들이 수집되고 분석 되어질 가능성은 있다.


 

빅 데이터(Big Data) 시대 ! 데이터가 모여 정보, 지식이 되는 세상 !

 

요즘 빅 데이터가 IT 업계의 화두이다. 여러가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아 정보를 만들고, 이를 통해 흐름을 분석하는 빅 데이터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다.


그런데 빅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각 개인의 데이터가 모여져야 비로소 가능하다. 다만 그것이 어떤 특정인에 대한 것인지를 구분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정상적이고 일반론적인 빅 데이터 분석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아진 데이터가 누구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존재 하거나, 빅 데이터 분석 이후에도 방대한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재활용 될 수 있다면 이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빅 데이터 분석을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빅 데이터 분석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기 이전에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정보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및 견제 프로세스가 필요한 것이다.


 

지나친 걱정은 금물 !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경우라면 잠시 스마트 기기를 꺼두자 !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제 선택재가 아닌 필수재(Commodity)가 되었다. 따라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 하면서 발생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 요인이 있다 하여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을 중단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이동통신 서비스의 중요성이나 민감성을 감안하여 정부나 시민 단체 등이 감시의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이동통신사가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제기된 위험성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혹시 모를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가끔은 원초적인 생활로의 회귀를 위해 이동통신 서비스의 단말기를 잠시 꺼두는 것은 어떨까 ?


그렇게 되면 중요한 만남이나 행사, 가족 여행을 누구의 방해도, 감시 우려도 없이 잘 다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빼았겼던 시선이 이제는 함께하는 동반자들에게 옮겨지는 놀라움을 경험할지도 모를 일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한 스님 말씀의 실천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이다. 올 한해는 스마트 기기의 전원을 잠시 꺼두는 생활의 지혜를 실천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