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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TV는 여전히 바보상자일까?

by SenseChef 2015. 6. 1.

TV는 가장 필요한 생활 도구 ! 크고 좋은 걸로 사야 돼 !

 

대학교 졸업 후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부모님 품을 떠나 독립하게 되었다. 나만의 방을 얻어 살아가는 것이기에 여러가지 생활 필수품들을 사야만 했다.


이때 부모님께서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다른 무엇보다도 TV가 중요 하단다. 네 방에 맞게 TV는 크고 좋은 걸로 사렴 ! "


나중에 부모님의 말씀이 맞다는 걸 알았다. 혼자 살던 외로운 독립 생활에서 TV는 나의 즐겁고도 유쾌한 동거인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위해 혼수품을 준비할 때도 양가 모두 TV는 가장 크고 좋은 것을 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거리낌없이 당시 유행하던 최신의 고가 TV를 골랐다. 한번 사면 10년 이상 보는 것이기에 비싸더라도 선뜻 지갑을 여는 것이 생활필수품이었던 TV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 여전히 TV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까 ? TV는 반드시 사야만 되는 생활 필수품일까?


생활의 동반자로도 인식되는 TV의 현 주소는 어떨까 ?



TV를 보면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 ! TV는 그냥 바보상자일뿐 !

 

Deloitte라는 시장 분석 기업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TV를 켜 놓고 동시에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청자들이 TV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여러 시사점을 전해준다.


TV 광고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막대한 광고비를 지급하는 기업들에게 이러한 소식은 반갑지 않다. 그들이 괜히 헛된 광고를 집행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오락,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사 역시 마찬가지다. TV의 가치가 사라지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는 곳이 지상파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Deloitte의 조사 결과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미국 사람 10명 중 9몀은 TV를 보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웹 검색이었으며, 이메일 읽기, 문자 보내기, SNS 이용 등이 뒤를 이었다.


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14세에서 25세 사이 젊은 층의 멀티타스킹(Multitasking) 경향이 높다고 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TV에 대한 집중도, 인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놀라운 조사 결과이다.

시청자들의 TV 이용 행태, Source: Statista


 

TV는 필요없어 ! TV를 사지 않는 젊은이들 !

 

요즘 젊은 층은 결혼 시 TV를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 보면 여러가지 답변이 나온다.


"결혼 전에 TV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 회사 다니느라 바빠서 꼭 봐야 하는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봐요 !"


"결혼 하고 나면 맞벌이라 둘이 거실에 앉아 TV를 함께 볼 시간이 없어요 !"


"TV 사 봤자 장식품이이예요. TV가 너무 비싸요 ! 애를 늦게 낳을건데 그 때 사도 충분해요 !"


"TV를 볼 때 채널 때문에 부모님이 말다툼 하는 것을 자주 보았어요 ! 우린 보고 싶은 것 있으면 각자 스마트폰으로 볼거예요. 채널 때문에 굳이 싸울 필요 있나요 ?"


물론 모든 젊은 층이 위와 같지는 않다. 젊은 층 역시 여전히 열광적인 TV 애호가 층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어른 세대, 중장년층 세대들에 비해 그들의 TV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TV의 사회적 영향력, 파급력 감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마트TV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일 수도 !

 

"올 해 판매될 TV 6000만대 가운데 절반 이상을 ... 스마트TV로 채우기로 했다." 이는 한 신문 기사에 나온 국내 제조업체의 야심찬 스마트TV 영업 계획이다(출처 기사).


이러한 기사를 보면 스마트TV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제조업체들이 스마트TV의 수요가 많아 스마트TV를 많이 생산할 것이라 지레 짐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전 제품 매장에 가 보면 진열되어 있는 제품의 대부분은 스마트(Smart) 기능을 갖고 있는 모델들이다. 단순 시청 기능을 갖고 있는 일반 TV 모델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진정 스마트TV를 필요로 하는 걸까 ? 스마트 TV를 통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콘텐츠를 시청할 사람들이 많을까 ? 그렇지 않을 듯하다.


IPTV나 케이블TV, 위성 방송에 가입하면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TV로 방송이나 VOD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TV는 단순한 영상 디스플레이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유료방송의 셋톱박스를 이용해도 스마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TV 자체에 있는 스마트 기능을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스마트TV를 구매한 10명 중 3명은 스마트TV에서 인터넷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었다(출처 기사).


그렇다면 왜 이리도 가전 제품 매장에는 스마트TV가 많이 진열되어 있을까 ?


그것은 가전업체의 마케팅 정책일 듯 하다. 제조업체들이 제품 판매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스마트TV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여기에 프로모션 정책을 운영하면 소비자들은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스마트TV 모델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TV 판매율이 높은 것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점점 약화 될 수 밖에 없는 TV의 영향력 ! 정말 바보 상자가 될 수도 !

 

모든 시청자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보내는 TV 방송의 위력은 대단하다. 재난 상황에서도, 전 인류의 스포츠 행사에서도, 즐거운 오락 시간에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TV이다.


그런데 TV의 이용 행태가 이제는 바뀌어 가고 있다. 사람들이 거실에 있는 TV 대신 스마트 기기들을 이용해 개인화된 시청을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본방송 사수보다 VOD를 이용한다.


이러한 이용행태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지상파 방송사이다. TV 자체의 영향력 감소로 TV 광고가 인터넷 광고에 밀린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매출 감소가 심상치 않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IPTV 등의 유료방송사에 제공하는 VOD 이용 대가를 인상하고 있다. 1,000원이었던 것을 1,500원으로 50% 인상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IPTV와의 갈등으로 모바일 IPTV사들이 지상파 콘텐츠 제공을 중단할 것이라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콘텐츠 대가를 가입자 1인당 3,900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출처 기사).

 

이러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TV의 영향력 감소라는 대세가 읽혀지며, 이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서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보며 즐거워 할 수 있는 것 ! 그것이 바보상자인 TV의 진정한 가치, 진면목이 아닐까 ?


바쁘고 복잡해진 현대 생활에서 TV만큼은 스마트화 되지 않고 바보 상자로 계속 남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