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생각해 봐라 !
회사 신입 사원 시절,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경험도 부족하고, 관련 분야의 산업, 기술 동향도 잘 모르기에 '맨땅에 헤딩'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선배 사원 중의 한 사람이 등을 탁 치면서 한마디 하고 가셨다. '거꾸로 생각해 봐 !' 계속 고민하다보니 이 말이 머리 속에 멤돌았다. 그래서 속는 셈치고 거꾸로, 역발상으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거꾸로'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니 내가 경쟁자의 입장,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슈를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경쟁사의 사원, 소비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회사 서비스를 보니 문제점 및 개선 사항이 많이 보였다.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사업 계획은 물론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요즘도 '거꾸로 생각해 봐라'라는 화두를 계속 갖고 다닌다. 그런데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읽은 글이 눈을 사로잡는다. 정확성이 생명인 컴퓨터에서 정확함 대신 모호함도 추구해야 한다는 역발상의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역발상을 통한 세상 다시 보기 ! 컴퓨터에서 왜 모호함이 좋다는 것일까 ? 왜 그들은 '거꾸로'라는 역발상을 하게 된 것일까 ?
컴퓨팅에서도 역발상이 필요해지는 시대, Image source: Office clip art
컴퓨터, 정확한 계산만이 최고는 아니다. 모호함을 추구할 필요도 있다 ?
컴퓨터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정확함과 신속성이다. 아무리 큰 숫자라도 에러없이 계산해야 하고 속도도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에 컴퓨터에 대한 이런 기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영상이나 음성 처리 등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확성을 포기할 때 전력 소모도 줄이고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출처: MIT Technology Review).
컴퓨터가 처리해야 하는 계산의 정확도를 떨어 뜨리거나 추정치로 계산하면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배터리로 동작하는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단말기에서 이러한 방식은 더욱 효과적이다.
컴퓨터가 최초로 개발 될 때부터 추구 되었던 목표는 완벽한 정확도로 빨리 계산하는 것이었다. 현대의 수퍼 컴퓨터 판별 기준 역시 계산의 정확도와 CPU(중앙처리장치, Central Processing Unit) 처리 속도이다.
추정치 컴퓨팅(Approximate Computing)은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 처리 분야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의 연구진에 의하면 손 글씨(Hand Writing) 인식이나, 사진 내에서 눈동자를 찾아내는 소프트웨어에 추정치 컴퓨팅을 적용 했을 때 컴퓨터의 전력 소모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자료의 경우 추정치만을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에 저장하는 방식을 통해 컴퓨터의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컴퓨터에도 적용된다 !
추정치 컴퓨팅의 핵심은 중요치 않은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선택과 집중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 오면서 자주 듣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인생 전반에 걸쳐 널리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의미이다.
손으로 씌여져 있는 글씨를 인식할 때 처리 속도가 빨라야만 한다. 인식률 100%를 지향하기 위해 스마트폰에서 손 글씨를 쓴 후 1분 뒤에 그 결과가 나타난다면 아무도 손 글씨를 통한 입력 방식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손 글씨로부터 문자를 인식하는 방법은 패턴을 통해 추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영역을 동일한 정밀도로 분석 하기보다 특정 영역 또는 변화점에 집중 한다면 제한적인 컴퓨팅 파워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중요한 부분에만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손 글씨를 사양이 낮은 CPU로도 빠른 시간 내에 제대로 인식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기존과는 다름의 추구를 통해 차별화를 추진해 보자 !
이 추운 겨울에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곳에서 지금도 새로운 성공을 향해 고민 중인 벤처 기업가(Startup)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기존 모델에서 더하기가 아닌 빼기를 통해 성공 비즈니스를 찾아 보길 바란다.
물질의 풍요 속에 이미 우리 세상은 지나치게 과다함 속에 있고 그걸 대중들이 당연시 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출시되는 최신형 스마트폰의 높은 하드웨어 스펙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잘 사용하지도 않는 앱들이 잔뜩 깔려 컴퓨팅 파워를 차지하고, 이걸 마음데로 지울 수조차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벤처 기업가가 정말 필요한 부분에만 운영체제의 자원을 집중하고, 필수 앱을 5개 이하로 제한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는 미래를 생각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빠른 속도로 동작하는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지금의 반값 이하로 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 소비나 과 스펙으로 넘쳐나는 현대의 물질 문명 흐름 속에서 다름을 추구해 보자. 더하기기 아닌 뺌을 통한 차별화 추구가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 빼는 것은 손실이나 패배가 아닌 슬림화나 효율성 추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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