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는 솔 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
스포츠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퓨얼밴드(Fuel Band)로 그동안 승승장구 해 왔던 나이키가 갑자기 그들 사업부 인력의 80%를 해고하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들은 자신들이 스포츠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출처).
또한 IT가 아닌 스포츠 분야의 전문 기업인 나이키가 그들의 본업에 충실하고자 내린 결정일 수도 있다. 이른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원칙의 준수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 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 역시 추진되어야만 하는 과제이다.
따라서 나이키의 스포츠 웨어러블 기기 사업 철수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들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일까 ? 아니면 오판으로 퇴보의 길을 걷게 될까 ?
나이키의 웨어러블(Wearable)인 퓨얼밴드, Image source: nike.com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경쟁 심화 및 나이키의 장기적 입지 약화 가능성
헬쓰(Health)와 스마트폰 비즈니스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스마트폰에 헬쓰 기능을 넣으면 현대인들에게 관심이 높은 건강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당뇨를 자동 측정하며, 자신에 맞는 운동이나 운동량을 아는 것은 건강 관리를 위해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나이키의 퓨얼 밴드 외에도 Fitbit, Jawbone 등의 괜찮은 품질의 전문 웨어러블들이 출현했다. 이외에도 다목적 용도의 웨어러블인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가 출시 되었으며, 구글이나 애플 역시 이 시장에의 직접 진입 의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웨어러블 시장은 조만간 치열한 경쟁의 레드 오션(Rea Ocean)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포츠 기능에 특화된 웨어러블로는 거대 IT 기업의 다목적 웨어러블과 경쟁하기 힘들다. 따라서 나이키의 퓨얼 밴드가 당장 잘 나가더라도 장기적 경쟁력에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려는 나이키의 선택 !
나이키가 비록 퓨얼밴드라는 기기 사업을 중단 하지만 그들이 스포츠 웨어러블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에서만 철수할뿐 소프트웨어 사업은 앞으로도 계속 운영 할 계획인 것이다.
스마트폰은 앞으로 진화를 거듭 할 수록 점점 더 여러가지 헬쓰 관련 기능들을 갖게 될 것이다. 만약 나이키에서 만든 앱이 이들 센서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나이키에게는 승산이 있다. 나이키가 굳이 자신들의 단말기를 돈을 들여 보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제성까지 확보된다.
또한 나이키가 스포츠 전문 기업으로서 축적한 광대한 빅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해 이용자에게 최적의 건강 정보와 운동방법을 알려 주는 앱을 개발하면 나이키는 유망한 신규 사업을 발굴 할 수 있게 된다. 나이키가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집중 하더라도 좋은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다른 IT 하드웨어 기업들과 경쟁 대신 협력을 이룰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사업 정리, 철수 과정에서의 외국 기업 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
금번 웨어러블 기기 시장 철수 결정 과정에서 나이키 내부에서 하드웨어 업무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인력이 해고 된다. 인원수로는 55명으로 해당 사업부 전체 인력의 70%~80% 수준이다. 그런데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이 국내 기업들과 매우 다르다.
국내 기업이라면 인력을 다른 분야에 재배치 하는 경우가 많으나 나이키의 경우 대부분 해고 시킨다. 나이키의 핵심 부서에서 일했던 엘리트 인력들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국내 기업이라면 이러한 해고 조치에 대해 반발과 잡음이 흘러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키에서 그런 이슈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외국 기업에서 이직과 구직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외국에서는 회사를 자주 옮기는 것이 그리 흉이나 허물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급여와 직급이 올라가기에 인재들은 이직을 당연시 하며, 기업도 사람을 뽑을 때 훌륭한 인력인지의 판단 요소로 이직 횟수를 이용한다는 얘기도 있다.
아직도 국내와 해외는 일자리와 이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 다각화"와 "선택과 집중"에서의 갈림길 !
웨어러블 시장에서 나이키의 선택은 '사업 다각화' 대신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영역에 특화 되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 하겠다는 판단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사 결정이 좋은 것인지 여부는 지금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만약 향후 IT 시장의 흐름이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완전히 전환 되는 경우 하드웨어 기반이 없는 나이키는 기업 성장에 애로를 겪을 수도 있다. 또한 빅 데이터에 기반한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이 앞으로 스포츠 데이터 분석 시장에 진입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전문 기업이 아닌 나이키가 투자비가 얼마나 소요될지도 모르는 단말기 사업을 계속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투자 손실을 초래해 스포츠 분야의 사업까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기기 사업에서 철수 후 스포츠 활동 분석 시장에 집중 한다는 나이키의 전략 변경을 응원한다. 지나친 사업 다각화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부터 역량을 키워 점진적으로 확대 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현대와 같은 빠른 시대에 10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10년 뒤 나이키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 그들의 웨어러블 기기 시장 철수 결정이 부디 현명한 선택이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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