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추구 가치는 정말 정론직필일까 ? 아니면 돈에 휘둘리는 걸까 ?
요즘 신문사, 방송사 등의 기존 언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그들이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이자 근간이 부정되는 것이니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언론인들의 가슴에는 항상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라는 뜻의 정론직필(正論直筆)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번의 언론 탄압이 있을 때마다 언론인들이 내세운 저항을 위한 대의명분 역시 정론직필의 사수였다. 그런데 이것이 부정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언론사들이 광고주의 눈치만 보다가 그들에게 불리한 것은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며, 흥미위주의 가십성 기사만 쏟아내는 황색 언론으로 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특정 기사는 보도가 아닌 광고주의 제품 홍보 글에 가깝다고 비난한다. 언론의 사실 전달과 건전한 비판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흐름과 여론에 밝은 언론들이 왜 이러한 점을 고치지 못하는 걸까 ? 근본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걸까 ?
진정한 의미의 정론직필이 요구되는 언론, Source: Clip art
전자신문사와 삼성전자 간의 긴장 관계의 의미 !
최근 IT 관련 뉴스를 보면서 새로운 점이 발견되어 흥미를 끈다. 그것은 다른 신문사들과 달리 전자신문사의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증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 해 삼성전자 역시 자사의 사이트인 SAMSUNG TOMORROW를 통해 전자신문사의 보도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양사 간의 대립적 구도는 필자 개인만이 느끼는 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최근에 보도되고 있는 기사 및 이에 대한 반론 대응이다.
전자신문사
美 버라이즌 사용자, 삼성 갤럭시S5 카메라 불능 문제 제기
삼성전자(SAMSUNG TOMORROW)
전자신문이 4월 25일자로 보도한 '1분기부터… 美 로비 쏟아부은 삼성전자' 기사는 잘못된 수치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자신문사는 아래 그림처럼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삼성전자를 말한다", "삼성 투모로우를 바로 잡습니다"라는 별도의 박스 영역까지 만들어 기사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양사 간의 치열한 공방의 강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자신문사 홈페이지의 삼성전자 관련 기사]
[삼성 투모로우의 전자신문사 기사에 대한 반박 보도]
신문사와 광고주 간에 형성될 수 밖에 없는 협력과 긴장 관계
신문사의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은 광고비로부터 나온다. 물론 종이로 된 신문을 받아 보는 독자들로부터 구독료 매출이 발생 되지만 광고 매출과는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따라서 신문사는 많은 광고를 수주 하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특정 기업에 대한 광고가 자신들의 신문에 실린 경우 이 기업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글을 쓰기는 무척 힘들다.
만약 신문사에서 특정 기업에 대해 불리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해당 기업은 이를 막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때 선택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사의 광고를 신문 1면에 싣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충분히 발생 될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이다.
또한 신문사가 특정 기업에 대해 비판적 논조의 보도를 계속 한다면 해당 기업은 아예 이 신문사에 광고 물량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이 작은 기업이 아닌 그룹사라고 하면 신문사의 생존과도 직결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광고를 주 매출원으로 하는 언론사들은 광고주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자신문사와 삼성전자 간의 갈등도 광고 때문에 발생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를 참조 해 보면 금번 전자신문사와 삼성전자 간의 싸움은 결국 광고 때문에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나온 이후 전자신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광고가 대폭 줄어 들었다는 소식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기사 요약이다(출처: 삼성전자, 전자신문 광고도 중단 ?(미디어오늘, 2014.4.9))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이 갤럭시S5 기사를 놓고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불똥이 광고로 튀었다.
삼성전자는 "광고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반박했으나, 향후 광고에 대해선 "경영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불확실한 입장.
전자신문은 3월 17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갤럭시S5의 카메라 렌즈 수율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
삼성전자는 즉각 정정보도 요구를 한 후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자와 전자신문을 대상으로 3억 원의 민사소송
"갤럭시S5 수율 기사가 나오니 계획했던 광고도 모두 중단됐다"
언론사와 기업의 관계가 좋아지면 더 많은 광고가 실리고, 악화되면 광고가 감소한다. 관계란 ... 우호적인 기사(때로는 홍보기사)를 많이 냈느냐...
지난해엔 월 5~6개 정도 삼성 광고 ... 올해엔 월 1회로 감소
2007년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삼성 '비자금 폭로'를 보도한 후, 2년여 간 삼성 광고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IT 기사는 전자신문 기사만을 볼 것이라는 온라인 반응의 의미 !
금번 전자신문사와 삼성전자 간의 갈등 관계의 진실은 양사만이 정확히 알 것이다. 그러나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대중들이 언론사에 기대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 보도와 이에 기반한 비판 기능이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전자신문 보도 내용의 진실성 여부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만약 정말로 갤럭시S5의 카메라 수율에 문제가 있었다면 삼성전자 내부의 모바일 사업 부문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자사의 경영진 및 전 국민이 모두 알게 되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욱 열심히 뛰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문제가 조기에 해결 되었다면 오히려 전자신문사가 삼성전자를 도와 준 것이 된다.
그러나 갤럭시S5의 카메라 수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전자신문사가 추측성 보도를 낸 것이라면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갈길 바쁜 삼성전자의 발을 건 것이 된다. 이른바 글로벌 기업이 국내 이슈에 붙잡혀 성장이 저지된다는 산업 논리이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IT 관련 기사는 전자신문만을 봐야겠다는 반응도 보인다. "전자신문사가 바뀌었다", "다른 신문사에는 왜 이런 보도가 나오지 않지 ?" 등이다.
이 반응들에 대해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갈등이 봉합되고 광고가 게재되면 신문사의 논조가 또 바뀌게 될까 ?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금번 양사 간의 갈등 관계 역시 언젠가 해결 될 것이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만약 삼성전자의 광고가 예전 수준으로 전자신문에 게재 되더라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글이 나오게 될까 ?
이에 대한 답은 결국 언론사 또는 언론인들이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전자신문사와 삼성전자와의 갈등 관계보다는 사실이 무엇인지가 더욱 궁금하다. 이른바 정론직필이라는 언론의 기본 기능에서 전자신문이 갤럭시S5에 대한 사실 보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갑작스런 광고 변동에 따른 일련의 견제 활동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한 언론을 통한 비판 기능이 사라진 세상이 과연 의미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난이 아닌 비판은 현대 사회를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정말로 중요한 자양분이자 윤활유일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 속에 자신들의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면 기업 역시 건전한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진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만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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