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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오래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이유

by SenseChef 2014. 12. 13.

저 구닥다리를 어디에 쓰려고 ? 빨리 버려 ~

 

이사를 가거나 연말이 되어 집이나 사무실을 정리할 때면 꼭 등장하는 논란이 있다. 그것은 오래 되거나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혹시 나중에 사용할지 몰라 갖고 있으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핀잔만 날라온다. "그걸 보관해서 언제 쓰려고 ? 쓰지 않는 것은 버려서 공간을 확보해야 돼 ! 새로운 것을 사야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하지 ..."


물론 이 말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 때 묻은 옛 물건들을 버리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오래 사용했던 것이기에 연민의 감정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지나지 않아 고민 하면서 버렸던 것을 다시 사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된다. "조금만 더 참고 보관할 걸"이라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래된 것은 무조건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 와인처럼 오래될수록 더욱 가치를 갖는 것은 무엇일까 ?


오래 될수록 더욱 좋은 와인의 가치

오래 될수록 더욱 좋은 와인의 가치, Source: Office clip art


 

최첨단 전자 부품을 이용하지 않는 러시아 전투기의 상대적 우수성 !

 

1970년대 미국과 소련은 한창 냉전 관계였다. 양측 간에 치열한 군비 경쟁이 벌어졌으며 우수한 전쟁 무기의 확보가 주요한 관심사였던 시절이었다.


당시 미국은 세계 최고의 전투기로 소련에 대해 제공권에서 확실히 우세를 점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타난 소련의 Mig-25(미그 25)기가 미국 최신 전투기인 F4 팬텀기의 추격을 쉽게 따 돌리는 사건이 발생 되었다.


Mig-25기는 고속으로 매우 높은 고도에서도 비행할 수 있었다. SR-71 블랙버드라는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를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마저도 나왔다. 따라서 서방 세계의 Mig-25기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았다.


그러다가 1979년 소련의 조종사가 최신형 Mig-25기를 몰고 일본으로 귀순하는 일이 벌어졌다. 즉각 서방 세계의 전문가들이 Mig-25기를 살펴 보았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 하였다. 서방 세계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식의 진공관식 전자기기가 Mig-25기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진공관은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기에 서방 세계에서는 이미 전투기 전자장비에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트랜지스터나 IC 등의 첨단 전자 부품을 이용했다.


그런데 진공관은 구조가 단순하여 전자 잡음 등의 외부 영향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당시 최첨단의 전자전 장비로도 Mig-25기의 진공관식 전자 기기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따라서 전투기에 최신 전자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옛 것, 오래된 것이 오히려 더욱 기치가 높은 사례(Oldies but goodies) 중의 하나이다.


 

최신 우주선에 왜 스마트폰보다 낮은 사양의 CPU가 사용될까 ?


해외 언론 보도에 의하면 '14년 12월 5일 NASA에서 발사한 오리온 우주선에 오래된 구형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가 이용 되었다고 한다. 11년 전 애플사가 아이북 G3에 사용했던 PowerPC 750FX라는 구형 칩을 최첨단 우주선에 이용 했다니 놀라움을 넘어 의문을 던져 준다.


그런데 이 CPU는 요즘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동중 부품보다도 그 성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최신의 고속 CPU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NASA는 왜 최신 우주선에 구형 CPU를 사용하는 것일까 ?


우주에서의 환경은 지구와 무척 다르다고 한다. 지구는 대기권이라는 보호막 때문에 꽤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우주 공간은 별도의 완충 시스템이 없기에 온도 변화가 무척 심하며, 전자파 등의 외부 잡음도 위험 수준으로 높게 발생 된다고 한다.


이처럼 열악한 우주 환경에서는 CPU가 고속 동작 할수록 오류 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처리속도는 늦더라도 천천히 동작하는 CPU가 더욱 안정된 동작을 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CPU를 장착하여 업무를 분산 처리하는 우주선의 전자 시스템 특성상 굳이 고속의 단일 CPU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저속의 안정적인 CPU로 분산처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우주선의 가동성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우주선을 수리하거나 동일한 모델을 다시 만들기 위해 NASA가 eBay 등의 오픈 마켓(Open Market)에서 오래된 전자부품들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닥다리 옛 전자부품이 인류의 중요한 우주 임무에서 여전히 사용되며 그 가치를 발휘하는 좋은 사례이다.


 

무조건적인 최신 제품 추구보다는 적정 수준에서의 따라가기 전략이 더 현명한 선택 !

 

대한민국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수용도(Acceptance)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다. 외국 기업들이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한국 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뜨거운 소비자 반응이 대한민국 IT 산업의 부흥을 이끌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과도한 신제품 선호, 무조건적인 신상품 구매는 과소비와도 일맥상통한다.


고장나지 않더라도 2년마다 스마트폰을 교체하고, 잘 굴러가는 자동차 역시 7만 킬로미터면 바꾸는 것은 적정 수준이 아니다. 긴 교체 주기를 갖는 외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 비싸다고 불평한다. 자동차 가격이 너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새로 나온 제품의 가격이 높은 것은 굳이 어려운 경제학 논리를 들어 설명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신제품을 저렴하게 빨리 사려는 아이러니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사용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옛 것이라도 충분히 활용하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신제품을 사는 것만이 힘든 불황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적정한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는 바로 우리들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