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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이제 아날로그는 버려야만 하는 걸까?

by SenseChef 2012. 10. 20.


제 주변을 한번 둘러 봅니다. 


항상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 일하면서 하루종일 쳐다보는 컴퓨터, 집에 있는 전자 자물쇠.....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기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집에서 펜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약속을 잡으려면 수첩을 열어 괜찮은지 보고 볼펜으로 내용을 적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꿰어 찼습니다. 스마트폰이 약속 관리도 해 줄뿐더러 약속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알람까지 띄워주니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연락처 관리도 그렇습니다. 수첩 뒤에 연락처가 있는데, 여기에 빼곡히 기입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 보았습니다. 그래서 많이 연락하고 지냈던 사람 페이지는 너덜너덜 해져서 많이 만났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추억이 아쉽습니다. 연말에 수첩이 바뀌면 가장 큰 일은 연락처를 새롭게 옮겨 적는 것이었습니다.


 


 

                        Image source: school.discoveryeducation.com


 

책을 읽는 것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사서 한장 한장 넘기며 봤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책이 종이 책과 PDF 화일로 되어 있다면 PDF 화일로 책을 보길 원합니다. 그 많은 내용 중에서 내가 찾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전자책인 PDF는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반면, 종이 책은 오래된 기억의 저편을 헤매면서 한참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도 종이 신문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읽는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필자가 배달되어 온 신문을 펼쳐 놓고 읽는 걸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입니다. 주요한 뉴스나 화제거리를 인터넷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잘 차려놓은 밥상처럼 쉽게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전에 미국의 유력 신문인 뉴스위크지가 내년부터는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습니다. 신문이 앞으로는 온라인으로만 발행되는 것입니다.


이런 뉴스까지 보니 정말 이제 아날로그 시대는 저물어 가는 것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낍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디지털로 바뀐 현대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말입니다. 


종이로 된 책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줄을 쳐가며 읽던 느낌 ! 자주 보던 곳은 나중에 종이가 헤어지고 손 때가 묻어 오히려 더 찾게 되었는데 ! 그리고 오래된 책을 꺼내 들면 퀘퀘한 냄새, 그러나 싫지 않았습니다. 오래동안 보았던 책은 낡을수록 친구 같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의 동반자였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저의 이런 향수에 대해 뭐라 평가할까요 ? 예전에 아날로그 시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한심한 어른이라고 할까요 ? 블로그도 하고 온통 컴퓨터로 모든 걸 처리하며, 스마트폰으로 일정관리까지 하는 저의 모습은 분명 디지털화된 어른의 한명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역설적일까요 ? ^^


아날로그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

생각을 많이 해 보게 되고, 온 몸으로 무엇인가와 접촉하게 되며, 켜짐과 꺼짐 같은 극단적인 생각이 아닌 중도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묘한 매력 !


요즘은 창조(Creativity)의 세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창조의 감성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 디지털화된 일상, 아니면 아날로그적 감성 ? 전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에게 아날로그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 주려고 합니다.


디지털 피아노를 사 달라는 아이에게 일반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려구요 ! 건반을 누르는 강도에 따른 표현의 깊이를 디지털 피아노는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종이 책을 많이 읽히려구요. 한번 보고 말 가벼운 책들은 전자책을 사주겠지만, 오래 두고 두고 봐야 할 고전은 종이 책 읽기를 권하렵니다.


하루종일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하는 아이를 데리고, 주말이면 근처의 공원에 나가서 산책도 하려구요 ! 떨어진 낙엽을 주워 잎의 감촉을 느끼렵니다. 또한 낙엽 쌓인 길을 걸으면서 발 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도 공유하려구요 !


아 ! 너무 큰 저의 소망일까요 ? ^^ 아마도 아이는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이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길 바라는 어른의 입장에서 조금씩 조금씩 그런 기회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일상, 그러나 창조성을 깨워줄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복원을 위해 오늘은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고, 가까운 서점에 가서 종이 책을 사 보는 것은 어떨까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