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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인터넷망 함께 쓰는 지혜 필요한 이유

by SenseChef 2012. 12. 3.

요즘은 갈증이 나면 가게에 들어가서 병에 예쁘게 포장된 물을 사서 먹습니다. 그런데 불과 20년전만해도 이 세상에 널려있는 물을 돈을 내고 사서 먹어야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아직은 공짜입니다. 그런데 공기 오염이 심각해져 미래에는 공기도 사야만 하는 세상이 올까요 ? LPG 가스를 배달 받아 조리를 하는 것처럼, 미래의 집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배달된 공기로 살아야 할까요 ?




                                   Source: sisahan.com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공기 오염이 심각해진다면 이런 미래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



                                                   Source: visitkorea.or.kr

                                 

양을 키우는 농가들이 한 마을에서 풀밭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풀밭이 없기에 여러 농가가 이 풀밭을 공유해야만 하는데, 어느날부터 이들이 서로 싸우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풀밭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농가가 양의 수를 갑자기 2배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해당 농가는 양을 많이 팔아 큰 돈을 벌게 되었지요 ! 그러자 다른 농가들도 2배씩 양의 수를 늘렸습니다. 그러자 같이 사용하던 풀밭은 증가된 양들에게 초토화 되어 이젠 풀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수 많은 양들이 굶어 죽고 농가들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음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Source: mary-ann.tistory.com


공중 화장실에 비누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손을 씻는데 쓸 수 있게 비치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집에서와 무척 다릅니다. 사용할 때 아낌없이 사용하고, 쓰고 나서는 비누 함에 넣지도 않고 바닥에 그대로 둡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때 자신이 집에서 쓰려고 가져갑니다. 그래서 공공 화장실의 비누는 금방 닳고 사려져버려 이 제도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값싼 비누 하나 공중 화장실에 비치하지 않는 정부를 탓합니다.


초고속 인터넷은 ADSL, 광랜을 넘어서서 이제는 기가 인터넷이 나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망은 사람들이 같이 사용하는 자원입니다. 통신사에서 아파트 통신실(MDF, Main Distribution Frame)까지 구축한 광 케이블 트렁크(Trunk) 회선을 공유하기에, 특정 사용자가 많이 사용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영향을 받습니다.





요즘 많이 이용하는 토렌트(Torrent)를 아파트 거주자 몇명이 사용한다면 이들이 차지하는 트래픽이 광 케이블 트렁크 회선 용량을 대부분 차지해버려서 아파트 전체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 가능합니다.


요즘 HDTV를 넘어서 HDTV보다 4배나 높은 UDTV도 등장하려고 합니다. 물론 전파를 이용하지만, 모든 것의 IT화를 고려한다면 조만간 UDTV도 인터넷망을 통해 전송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TV 방송 역시 그동안 지상파 DMB 등을 이용해 왔는데 이제는 유선 또는 무선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구 중계, 축구 중계 역시 인터넷을 통해 시청합니다.


이와 같은 IT 환경의 변화가 위의 예에서 들었던 양을 키우는 풀밭이나 공중 화장실의 비누와 유사하지 않나요 ?


상기와 같은 사례들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라는 이론으로 잘 설명됩니다. 공동체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개인들의 판단인 시장 기능에 맡겨두면 남용되어 결국 고갈되어 버린다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한 합리적 이용제도가 마련 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했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 제정안이 콘텐츠사업자와 소비자 단체의 반발로 보류 되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출처, 연합뉴스). 소비자단체나 콘텐츠 사업자,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사업자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 늘어만 가고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 트래픽 증가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기에 시급히 자율적인 제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공유지의 비극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 공유지를 사용하려고만 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책임은 무엇일까요 ? 공유지의 이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한하고, 공유지의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같이 나누는 것이 해법일 것입니다.


초고속인터넷망의 경우,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총 이용량을 제한하거나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콘텐츠 사업자가 인터넷망으로 동영상 서비스 제공을 통해 광고나 사용료 수익을 받는다면 이것의 일부를 인터넷망에 투자 되도록 재원을 지원하면 될 것입니다.


단, 과유불급이라고 공유지의 제한 정책이 인터넷을 통한 자유라는 Open Internet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됨 역시 분명합니다.



                                                             Source: babblein.net



다 같이 사용하는 공유자원인 인터넷 ! 브레이크 없는 남용은 공유지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기에 콘텐츠 사업자나 통신사업자, 소비자가 조금씩 양보 하면서 빨리 해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자유에 따른 책임과 권한 ! 공유지를 보호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공중 화장실에 가면 비누나 화장지도 아끼고, 인터넷에서 꼭 필요한 것만 다운로드 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저와 같이 인터넷이라는 공유지를 나누는 여러분도 공유지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같이 노력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