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와 소비자의 동상이몽은 반복 될 수 밖에 없는걸까?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 함은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할 사람들이 서로 다른 꿈이나 이상향을 갖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조업체와 소비자일 듯하다.
제조업체들은 신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많이 팔길 원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신제품들이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요즘 제조업체들이 한참 홍보하고 있는 UHD TV나 3D TV, 스마트 TV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TV를 살 준비가 되었는가? 그러한 TV를 제대로 시청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은 갖추어진 걸까?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동상이몽, Source: acashbuyer.com
HD보다 4배 높은 해상도의 UHD TV, 거실에 제대로 설치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UHD TV는 현재 보급되고 있는 HDTV보다 4배나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은 TV 화면이 클 때 제대로 성능이 발휘된다. 따라서 앞으로 출시될 UHD TV의 화면 크기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TV 화면이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3평대 아파트 거실에서 45인치급의 HDTV를 보는 사람들도 화면이 너무 커서 눈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UHD TV가 60인치급까지 올라간다면 이를 거실에 제대로 설치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나 많을까 ?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TV 화면을 45인치 급으로 낮추고 해상도만을 4배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UHD TV를 제대로 즐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UHD TV와 같은 신 제품 TV를 만드는 경우 소비자들의 주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대형 화면의 UHD TV, Source: softpedia.com
3D TV, UHD TV를 구매하면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는 충분히 준비 되었을까 ?
TV를 사는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 공연같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만약 UHD TV나 3D TV를 구매 했는데 정작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이용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면 어떨까? 아마도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3D TV나 UHD TV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이 이렇다.
방송업체들은 SD에서 HD로 전환 하면서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3D나 UHD TV 콘텐츠의 제작을 위해서는 투자를 다시 해야만 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방송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방송사업자들이 이러한 투자를 집행할 여력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제조업체나 정부가 3D TV나 UHD TV용 콘텐츠를 만들라고 아무리 종용하더라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투자 여건과 재정적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의 TV 신제품은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때 추진되어야만 한다.
UHD TV를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가 당장 수용할 수 있을까?
고해상도의 TV는 필연적으로 전송 용량의 증가를 가져온다. 새로운 압축 기술이 등장한다면 기존 전송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 획기적인 압축 기술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UHD TV 전송을 위해서는 지상파의 주파수 대역(Bandwidth), 케이블 TV의 채널당 대역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위성방송의 경우에도 이를 늘려야 하는데 위성은 특성상 주파수 대역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위성의 총 대역 용량이 한정되어 있고, 이를 늘리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IPTV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UHD TV 때문에 트래픽이 폭증되어 전체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 저하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이처럼 제조업체가 UHD TV를 만들어 내더라도 방송사업자나 전송망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UHD TV의 활성화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UHD TV 전송시 트래픽 폭증에 대한 우려, Source: talkqueen.com
비싼 가격의 3D TV, UHD TV ! 불황기의 소비자들이 그들의 지갑을 열까 ?
현재는 전 세계적인 불황기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싼 UHD TV나 3D TV를 구매하려고 할까?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 사정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TV만을 찾을텐데 제조업체들은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신제품, 신기술, 큰 화면, 고 해상도 ! 모두 좋다. 소비자들이 고사양의 고가 TV를 구매할 여력이 되지 않는데, 제품이 출시 되었다고 소비자들이 이를 선뜻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신제품을 설계해야만 한다. 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이거나 제조업체 위주의 신제품 출시는 필패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 또한 제조업체들은 그들의 신제품이 제대로 이용될 수 있도록 콘텐츠, 방송망 등의 관련 생태계를 선행적으로 구축해야만 한다.
제조업체와 소비자들의 희망 사항이 동상이몽처럼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것인가 ? 아니면 바로 앞에서 만날 것인가 ? 그건 온전히 제조업체들의 전략 방향에 달려있다.
소비자들의 뜻을 읽어 항로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선진 제조업체의 모습 ! 이것이야말로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조업체의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의 고집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적으로 변화하여, 진정으로 전세계를 호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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