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동향

구글, 그들이 물류서비스까지 나서는 이유

by SenseChef 2013. 4. 8.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야야 한다.


누군가 자기 분수나 본분에 맞지 않게 행동할 때 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송충이가 나무를 벗어나 물속의 해초를 먹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으로 유명한 구글이 생뚱맞게 물품의 당일 배송 서비스(Same day delivery service)를 시작 한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핵심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그동안 구글의 쇼핑몰 사업 진출 계획이 나온적이 없었기에 놀라움을 전해준다.

 

또한 인터넷 검색 기업이 그들의 전문 영역이 아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우리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구글은 왜 갑자기 자신들의 핵심 역량이 아닌 것을 시도하는 걸까 ? 그들이 정말 온라인 쇼핑몰을 열려는 것일까 ?


 

구글의 당일 배송 서비스 추진, 그 배경에 대한 의문, Image source: pixabay.com




우리에겐 익숙한 당일 배송 서비스, 검색기업 구글이 광활한 미국에서 이를 시도한다.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깜짝 놀라는 것 중의 하나는 당일 배송 서비스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면 그날 배달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나라이기에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대한민국보다 수십배나 큰 미국이라면 물품의 당일 배송 서비스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동부 뉴욕으로 물품을 배송한다면 그 거리는 비행기만으로도 6~7시간은 걸린다. 여기에 물품의 집하, 분류, 선적, 배송 등을 위한 시간까지 추가하면 당일 배송 서비스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을 갖고 있는데 전문 유통 기업도 아닌 구글이 당일 배송 서비스를 들고 나왔으니 놀라울 수 밖에 없다. 현재는 일부 도시에서 시험(Pilot) 운영 중인데 잘 된다면 미국 전역으로 확산 시킬 기세이다.


구글이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일까 ?


구글 역시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영원히 존속되지 않을거라 판단 할 것이다. 따라서 사업 다각화 및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그들 역시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일 배송 서비스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성공 요소이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의 기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글이 그들보다 당일 배송 서비스를 훌륭하게 운영할 수 있다면 구글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제반 여건을 고려해 보면 구글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일 배송 서비스 외에 쇼핑몰 운영을 위한 준비 작업 관련 소문이나 보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구글이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준비 한다면 대규모 물류 저장 창고 준비 등을 위한 움직임이 벌써 포착 되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인터넷 광고 사업 확대 ! 구글에겐 최대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은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물품 판매 외에 인터넷 광고에서도 이미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의 연간 인터넷 광고 매출은 벌써 5,500억원이나 된다.

2012년 3분기 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 온라인 쇼핑몰 이용 고객의 30%는 아마존에서, 13%는 구글에서 처음 검색을 시작했다고 한다(출처). 이런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물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구글 대신 아마존에서의 검색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구글 검색의 광고 매체로서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구글은 온라인 쇼핑몰들을 검색 인터넷 광고 사업의 경쟁자로 생각한다. 구글 매출의 96%가 광고에서 나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구글의 검색 광고 사업에 대한 집착과 경쟁사 견제는 충분히 이해 될 수 있는 것이다.


구글 검색과 당일 배송 간 연계를 통한 구글 광고 사업의 보호 및 확장 !


구글이 온라인 쇼핑몰들과의 광고 사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부족해 하는 것을 채워줘야 하는데, 그것이 당일 배송 서비스인 것이다.

 

구글 검색을 통해 쇼핑 할 물건을 찾고 당일 배송까지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의 구글 검색 충성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인터넷 쇼핑몰로 이동했던 검색 수요 역시 구글로 다시 돌아 올 것이다.

 

소비자들이 구글 검색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 광고주들은 다시 구글 검색으로 몰려 들 것이고, 구글은 그들의 인터넷 광고 사업을 굳건히 지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구글의 당일 배송 서비스 추진은 쇼핑몰로의 사업 다각화 추진이 아니라, 구글이 자신들의 검색 및 인터넷 광고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예상된다.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는 교훈을 주는 구글 !


변화의 Dynamics가 큰 IT 산업은 정말 역동적이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을뿐 매일같이 전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로 경쟁자의 영역에 진입하여 일전을 벌이기도 한다. 구글과 아마존 간 검색과 온라인 쇼핑몰을 넘나드는 싸움이 이러한 예에 해당 될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으로 시야를 돌려보면 IT 시장이 상대적으로 조용 하기만 하다. 국내 포털들의 상황이 구글과 다르지 않을텐데,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포털들의 견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향후 구글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 한다면 국내 포털들은 구글과 일전을 벌여야 하는데, 과연 국내 포털들이 충분한 경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따라서 국내 포털들도 구글, 아마존 사례를 참조해 자신들의 사업 기반을 착실히 강화 해 나가야 한다. 거대 기업 구글도 벌써 변화하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 특화되어 있는 포털들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