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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소비자의 변화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의 필요성

by SenseChef 2014. 2. 13.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 습관의 힘은 강력하다 !

 

아이가 어렸을 때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부모들은 이를 엄하게 혼낸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내니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다.


아이가 자다가 오줌을 가리지 못해 이불에 오줌을 싸면 아이에게 소금을 뿌리고 다른 집에 다녀 오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실수를 했는지 인식하고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결국 아이는 오줌을 가리게 된다.


어른들의 이와 같은 엄한 교육은 아이들의 어렸을 때 습관이 그들의 평생을 좌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관은 어렸을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오래동안 사용해 자신의 손 때가 묻은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익숙한 이용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라고 강요 하면 큰 저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와 같은 대표적 사례가 Windows XP와 MS Office 2003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올해(2014년) 4월 8일부로 이들 소프트웨어의 지원을 종료한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 8이나 Office 2013의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바램대로 움직여줄까 ?


Windows XP와 Office 2003의 서비스 지원 종료 알림, Source: Microsoft.com



오래 전에 출시된 Office 2003이 여전히 2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현실 !

 

2003년에 Office 2003이 출시 되었으니 벌써 11년이나 지났다. 1년에도 몇번씩 큰 변화가 일어나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11년이라는 세월은 거의 50년에 맞먹을지도 모른다.


2013년에 발표된 시장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직도 28%의 이용자가 Office 2003을 이용 중이라고 한다(출처: Network World).  조사 시 중복 응답을 허용 했기에 이들 모두가 Office 2003만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라는 시장 점유율은 11년 된 소프트웨어치고는 무척 큰 수치이다.


이러한 높은 점유율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일부 소비자들이 최신 Office 2013보다는 Office 2003에 더 익숙함과 친밀감을 갖고 있어  이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MS Office 버전별 시장 점유율, Source: networkworld.com

 


Office 2007부터 적용된 리본형 UI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켜 Office 2003이 아직도 이용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ffice 2007부터 리본형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아래 그림에 있는 것처럼 탭으로 구분된 여러 개의 기능 집단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Office의 기능을 쉽게 이용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Office 2007의 리본형 인터페이스가 기존의 메뉴(Menu) 형과 무척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Office 2003을 이용하던 사람이 Office 2007로 전환하면 해당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헤매야 되었다. Excel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던 전문가도 Excel 2007에서는 초보자가 되는 형국이었다.


필자도 다니던 회사에서 Office 2007로 업그레이드 했기에 리본형 인터페이스에 무조건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의 불편함, 거부감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러나 지금은 리본형 인터페이스가 익숙하고, 리본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가지 기능을 훨씬 빨리 실행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 하니 거기에 따른 반대 급부를 얻은 것이다.



'시작' 버튼 없어도 된다  VS. 우리에게 '시작' 버튼을 돌려 달라 !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 8에서 시작 버튼을 없애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시작 버튼을 눌러 Windows를 써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시작 버튼이 사라졌으니 이러한 반응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Win7에 있는 시작 버튼


필자 역시 Windows 8을 이용 하면서 처음에는 시작 버튼이 없어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 역시 터치 기반의 Windows 8 환경에 적응 되니 그리 큰 불편함은 없게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Windows 운영체제에서 시작 버튼을 다시 복원 시킨다는 소문도 있다. 그렇다면 필자는 시작 버튼에 대해 다시 거부감을 갖게 될까 ?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시작 버튼을 이용해 왔던 기간이 훨씬 길었고, 시작 버튼의 추억이 남아 있기에 기존 체계로의 회귀가 오히려 기쁠지도 모르겠다.

  

 

소비자들은 기존 방식과 조화를 이루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소비자의 변화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의 필요성


Windows XP나 Office 2003을 여전히 이용 중인 소비자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변화와 익숙함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새로운 체계로 옮겨가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저항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새로운 체계, User Interface가 기존에 비해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것을 인지하면 결국 변화된 방식을 수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Windows 8이나 Office 2007의 새로운 방식이 익숙해지면 그건 또하나의 새로운 익숙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누군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 밤을 새워가며 일할 그들에게는 그것이 삶의 목표이자 지향점일 것이다.


혁신적인 상품들 중 실패했던 사례에 붙는 단골 수식어가 있다. 그것은 해당 제품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갔다'는 것이다. 이제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소비자들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오만함보다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객 중심 경영, 소비자 중심 제품 개발의 핵심은 이러한 기다림의 미학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