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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향

제조업체 누굴 위해 휘어진 디스플레이 개발하나?

by SenseChef 2014. 3. 31.
"혹시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이 휘어진 것이 좋아요 ? 아니면 그냥 평평한 것이 좋아요 ?

 

한 신문사에서 삼성과 LG가 2014년에도 휘어진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플렉시블)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각각 "성능"과 "폼 팩터"라는 영역에 특화 해 차별화 하겠다는 그들의 포부가 담겨 있다((출처: 기사).


그런데 이 기사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 중에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기다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에 모임 자리에서 그들 중에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다시 조사해 보았다.


그들의 반응은 간단했다. 휘어져 있다니 일단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가치를 가져다 줄지는 모르겠으며 현재의 평평한 스마트폰에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평평해서 화질이 떨어지거나 갖고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히려 굽어진 디스플레이라면 떨어 뜨렸을 때 더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물론 필자 주변의 몇몇 사람들의 반응이 전체의 추세를 나타낸다고 감히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13년에 제조업체들이 휘어진 디스플레이로 큰 실패를 맛 보았고, 주변에 휘어진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의 소규모 조사 결과가 큰 흐름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들의 낮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 여전히 휘어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제조업체들의 계획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걸까? 제조업체 간의 자기 과시용 기술 경쟁인 것은 아닐까 ?



유연성을 자랑하는 휘어진 디스플레이의 인기에 대한 고민, Source: Clipart


 

'13년에 실패했던 휘어진 디스플레이 경쟁의 의미 !

 

2013년에 휘어진 디스플레이(플렉시블)는 변화의 큰 흐름에서 한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연일 언론 보도에 오르내리고, 가로 방향과 세로 방향으로 각각 휘어진 것 중 무엇이 더 좋은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국제 전시회에 메인 테마(Theme)로 등장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판매 실적으로 평가되는 결과는 실망 수준이었다. 제조업체가 판매한 휘어진 디스플레이의 2013년 판매 실적은 10만대 미만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투입된 개발비도 못 건지며, 디스플레이 업계의 패널 공급 수준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에도 제조업체들이 휘어진 디스플레이 경쟁을 다시 할 것이라 상상히가는 힘들다. 그러나 LG는 휘어진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줄이고 해상도를 높이며, 삼성은 다양한 형태의 플렉시블(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출시 해 디자인으로 차별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고 관심도 적은데 그들이 왜 이리 휘어진 디스플레이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드웨어에서의 차별화 의지는 좋으나 과시용인지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고민 필요

 

휘어진 디스플레이 개발 계획은 각각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관계사의 계획이다. 그러나 부품 업체들이 통상 완성품 기업의 사전 수요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4년에도 휘어진 디스플레이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하드웨어 차별화 의지는 중요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제조업을 맹렬하게 추격해 오는 중국 기업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특별한 포인트가 필요하고 휘어진 디스플레이가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만들더라도 정작 그걸 사는 사람들은 소비자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Needs가 적다면 아무리 그들이 노력하더라도 그것이 실적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양대 제조업체가 벌이는 휘어진 디스플레이 경쟁이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제조업체들의 자기 과시용이라면 그리 가치가 높지 못할 것이며, 하루 빨리 방향 전환을 해야만 하는 제거 대상일 것이다.  

 

 

운영체제나 앱 또는 앱 스토어 등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

 

요즘 모바일 생태계의 경쟁 구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무료를 표방하는 안드로이드로 운영체제로 모바일 생태계의 큰 축을 차지하는 구글이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고 통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제조업체들에게 많은 자유도를 주었던 구글이 이제는 메모리 카드의 활용, 앱 스토어에서의 지불 방식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단순한 얘기이기에 새롭지도 않다. 삼성이 타이젠을, LG가 WebOS를 인수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이 가야 할 갈은 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라는 강력한 운영체제로도 후발 진입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는 정말 힘들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도 살아 남으려면 그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제조업체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휘어진 디스플레이 경쟁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이 안타깝다. 대신 그들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좀 더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교육이 100년을 내다보는 중요한 것이라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처럼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체들이 앞으로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만 하는 필수 영역일 것이다. 제조업체들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