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항공기가 과연 바다 위에 착륙할 수 있을까 ?
요즘 여객기는 3백명~4백명의 대규모 인력을 실어 나른다. 따라서 승객들의 몸 무게 외에 항공기의 기본 골격, 거대한 엔진, 연료, 승객들의 화물까지 고려하면 그 무게가 상당함을 누구나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에서도 이렇게 무거운 항공기가 착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가끔씩 항공기가 물 위에 비상 착륙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뉴욕 상공에서 기체 고장을 일으켰던 여객기는 기장의 신속하고도 현명한 대처 덕분에 뉴욕 도심을 흐르는 허드슨 강에 안전하게 비상 착륙했다. 탑승객 모두가 무사히 구조 되었다.
그렇다면 파도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도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을까 ?
최근 실종된 에어아시아(Air Asia) QZ8501편 역시 해상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 했던 것으로 추정 되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항공기의 해상 비상 착륙(Ditching)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 보고자 한다.
팬암 항공 943편(6편)의 태평양 해상 비상 착륙 시도 모습, Source: wikipedia.org
항공기가 바다 위에 비상 착륙 할 수 밖에 없었던 팬암기의 사연 !
1956년 10월 16일 저녁 8시 26분, 하와이의 호놀룰루 공항에서 팬암 항공 943편(Pan American Flight 943, Flight 6)이 이륙했다. 목적지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였으며, 비행 경로상에 태평양이 있었다.
비행기가 태평양 상공에서 비행 중에 갑자기 항공기의 4개 엔진 중 1번 엔진이 문제를 일으켰다. 엔진이 규정된 속도보다 너무 빨리 회전하는 문제가 발생 되었다. 이에 조종간을 잡고 있던 부조종사가 엔진의 파워를 줄이고 안전을 위해 플랩(Flap)도 폈다.
또한 프로펠러기의 특성상 프로펠러가 진행 방향에서 회전하며 항력으로 작용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프로펠러 면을 진행 방향에 평행하게 조절하는 Feathering도 시행 했다.
그러나 여전히 1번 엔진이 과속으로 회전 했기에 기장은 1번 엔진으로의 연료 공급을 차단 시켰다. 그러나 고장난 1번 엔진이 저항으로 작용해 항공기의 추진력을 낮춰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가 점차 떨어졌다.
이에 조종사는 나머지 3개의 엔진 출력을 높여 고도를 올렸다. 이는 항공기의 연료 소모를 증가 시켰다. 그러다가 4번 엔진까지 고장나 항공기는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나중에 4번 엔진에는 화재까지 발생해 4번 엔진도 차단 시켜야만 했다.
조종사들은 항공기의 연료가 부족해짐에 따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발지인 호눌룰루나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로 계속 비행할 수 없었다. 방법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해상 비상 착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팬암 943편이 비상 착륙한 지점, 하와이와 미국 본토 간 중간 지점의 태평양 임
다행히 비행 경로 상에 미국 해안 경비대의 배가 있음을 알고 조종사들은 그 배 근처에서 해상 비상 착륙을 시도키로 했다.
이에 조종사는 배가 있는 지점으로 항공기를 조종 해 근처를 선회 비행 했다. 아직도 동이 트지 않아 주변이 어두워 비상 착륙에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동이 틀 무렵인 오전 6시 15분, 항공기는 해상에 비상 착륙했고, 해안경비대에 의해 탑숭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 되었다.
팬암 943편의 해상 비상 착륙 모습, Source: wikipedia.org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비상 착륙 시 항공기의 동체 파괴 가능성이 높다 !
항공기가 바다 위에서 착륙할 때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다 위의 파도이다. 항공기 역시 착륙 시 균형 유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착륙 과정에서 항공기의 좌우 중 한 곳이 먼저 바닷물에 닿게 되면 저항으로 작용 해 항공기가 회전하게 된다. 예를 들어 왼쪽 날개가 파도에 먼저 닿았다면 왼쪽에 브레이크를 잡은 것처럼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항공기의 기수가 회전하는 것이다.
육상에 있는 활주로는 단단하다. 따라서 착륙 시 좌우 균형이 조금 다르더라도 항공기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으면서 평형을 맞춘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는 이러한 과정 자체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하물며 바닷물은 파도로 계속 출렁거린다. 따라서 조종사가 아무리 좌우 균형을 맞추어 바닷물에 접촉하더라도 완전 평형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항공기의 해상 착륙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위에 들었던 팬암 943편 역시 한쪽 날개가 먼저 물에 닿아 회전 하면서 항공기의 앞 부분(Nose)이 파손 되었다. 그러면서 항공기의 뒷 부분이 분리 되었다.
다행히 팬암 943편은 해상 비상 착륙 전에 항공기의 뒷 부분에 앉아 있던 승객들을 앞으로 이동 시켰다. 또한 느슨하게 고정되어 있던 물체들 역시 옮기거나 고정 시켰다. 기존의 해상 비상 착륙 사례에서 항공기의 뒷 부분이 분리 되었기에 승무원들이 미리 대비했던 것이다.
따라서 팬암 943편은 해상 비상 착륙 과정에서 동체 파괴가 일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 해안경비대 덕분에 탑승객 31명 모두 무사히 구조 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항공기 뒷 부분이 비상 착륙 과정에서 분리된 팬암 943편 모습, Source: wikipedia.org
팬암 943편의 탑승객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Source: wikipedia.org
악천후 속의 에어 아시아기, 높은 파도와 바람 속의 해상 비상 착륙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
실종된 에어 아시아 QZ8501편의 상황은 어떨까 ? 해상 비상 착륙이 급하게 이루어졌다면 승객의 이동, 화물의 안전한 결박 정리 등 모든 과정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상의 날씨 역시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파도가 높다면 착륙 과정에서 한쪽이 먼저 접촉되어 항공기의 회전 및 동체 파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항공기는 날개에 형성되는 공기의 흐름 때문에 비행한다. 따라서 악천후로 바람의 방향이 요동치는 상황이었다면 아무리 배테랑 조종사더라도 항공기의 상하, 좌우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악천후와 갑작스런 비상 상황 발생을 가정 한다면 에어 아시아 QZ8501편의 해상 비상 착륙은 큰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한 재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설령 비상 착륙에 성공 했다 하더라도 주변에 구조 할 배와 인력이 없었다면 승객들은 파도에 휩쓸렸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 보도 내용을 보니 바다 위에서 에어 아시아 QZ8501편의 실종자들 시신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사고 상황에서 두려웠을 그 분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떠나셨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다시는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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