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들은 어떻게 그리 클 수 있을까 ?
하마는 사자보다도 3~4배 정도 몸집이 더 크다.
이런 덩치를 배경으로 하마는 아프리카 야생 환경의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도 무서워 하지 않는다.
물속 환경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악어조차도 하마에게 겁을 먹고 달아날 정도이다.
기린 역시 비교할 동물이 없을 정도로 키가 큰 동물이다. 들소는 커다란 뿔과 근육질 몸을 갖고 있다. 사자도 사냥할 때 들소에게 받혀 죽을 수 있기에 무척 조심 할 정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위에 언급된 세가지 동물 모두 풀만 먹고 사는 초식 동물들이다.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고기가 아닌 풀만 먹고도 크게 자랄 수 있다고 ?
실제로 육식 동물인 사자나 치타, 하이에나 모두 초식 동물인 하마나 들소에 비해 몸집이 작다.
그렇다면 하마나 기린, 들소는 어떻게 풀만 먹고도 그리 덩치가 클 수 있을까 ? 사람 역시 풀만 먹고도 충분히 살 찔 수 있는 것일까 ?
일부 초식 동물들은 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흡수 해 몸집이 커진다 !
동물의 체격을 좌우하는 근육은 단백질이 있어야만 늘어 날 수 있다. 그런데 풀에도 이러한 단백질이 상당히 들어 있다고 한다.
풀만 먹고도 큰 몸집을 자랑하는 초식 동물들은 풀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풀 속의 단백질은 쉽게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 속의 미생물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다음은 초식 동물의 단백질 섭취 방법이다(출처: Wikipedia.org).
소 등의 초식 동물은 반추 활동(Rumination)을 한다. 반추란 한번 먹은 풀을 다시 되씹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소, 염소, 양, 기린, 야크, 사슴 등의 반추 동물들은 몸에 위를 4개나 갖고 있다.
소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위는 반추위, 양, 양곱창 등으로 불리우며 영어로는 Rumen이다. 두번째 위는 벌집 위, Reticulum이라 한다.
세번째 위는 육회로도 먹는 겹주름위, 천엽으로 불리우는 Omasum, 네번째 위는 주름위나 막창으로 불리우는 Abomasum이다.
소가 풀을 먹으면 첫번째 위인 반추위로 우선 들어 간다. 소는 풀을 먹고 나서 나중에 되새김질을 한다. 이는 먹었던 풀을 다시 잘게 씹는 과정이다.
소의 위에는 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생물이 들어 있다. 되새김질은 위에 들어 있는 풀에 미러한 미생물이 잘 달라 붙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나중에 풀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이 분리되어 잘 흡수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추위와 벌집 위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후 잘 섞인 풀은 겹주름위를 거쳐 마지막 위치에 있는 주름위로 전달된다. 풀속에 들어있는 실제적인 영양소 흡수는 주름위에서 이루어진다.
소가 자신의 위 속에 특별한 미생물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들은 성장을 할 수도, 생존을 할 수도 없다. 멋진 공생 관계의 한 사례일 것이다.
4개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반추 동물의 위 구조, Source: wikipedia.org
사람은 소화 시킬 수 있는 미생물이 없어 풀을 먹어도 단백질을 흡수 할 수 없다 !
요즘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야채만 먹는데도 살이 찐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도 소처럼 풀 속의 단백질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일까 ?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람은 소처럼 음식을 되새김질 하는 반추 활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위 속에 이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갖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사람은 다이어트를 위해 풀만 먹어도 된다. 야채 등의 풀을 많이 먹었다고 하여 살 찐다는 인과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어미의 분비물을 통해 흡수한다 !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가 생존 하려면 자신의 위속에 특정한 미생물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갓 태어난 송아지들은 어떻게 이런 유익한 미생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
송아지 역시 어미 배 속에 있을 때는 위 속에 그러한 미생물을 갖고 있지 않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먹으면서 젖꼭지에 묻어 있는 해당 미생물도 함께 삼킨다. 어미가 싼 똥이 묻은 풀이나 건초를 먹으면서도 자신의 어미 위 속에 들어있던 미생물을 전달받게 된다.
만약 소에게 완벽한 위생 조건을 부여 한다면 어떻게 될까 ? 건강을 위해 어미 소의 배설물을 완벽하게 치우는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실제 존재 한다면 송아지는 어미 젖을 떼고 나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풀을 먹더라도 이를 소화 시켜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나친 과보호, 지나친 위생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자연과 함께 살아 가면서 유익한 상대와의 공생은 필수적이다. 적정 수준의 위험에 노출 되면서 적응력, 생존 능력 등이 강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풀만 먹고도 크게 자라는 소가 미생물과의 멋진 공생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인생의 교훈을 전해준다. 협력과 공존, 적정한 위험에의 노출은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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