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호! 멀어도너무나 멀다. 서로가 쳐다보면 그냥 작은 점일 뿐이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는 안 볼 생각에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저 1호는 아직도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1977년 9월 5일 발사된 이래 벌써 35년 동안이나 우주 여행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지구에서 무려 184억 킬로미터(18,471,095,400Km)나 떨어진 곳에 있다(출처).
멀게만 느껴지는 태양계의 목성이 태양과 약 8억Km 떨어져 있는데 이 거리의 23배나 되니 정말로 먼 거리에 보이저1호가 있다.
보이저1호 모습, Source: wikipedia.org
보이저1호가 바라본 지구의 모습, Source: quintessentialruminations.wordpress.com
데이터를 보내면 도달하는데 17시간, 응답을 다시 받으려면 34시간이나 걸린다.
보이저 1호와의 통신은 물론 전파를 이용한다. 전파의 이동 속도가 초속 30만Km이니 현재 떨어져 있는 거리를 이동 속도로 나누면 소요 시간이 계산된다. 1시간에 60분, 1분이 60초이니 결과값을 3600으로 나누면 총 소요 시간이 계산된다.
그런데 도대체 이렇게 먼 거리에 있는 우주선과 어떻게 통신을 할까 ? 잘 보이지도 않는 존재와의 통신 궁금해진다. 어떤 훌륭한 기술들이 이용되는 걸까 ?
매우 높은 출력으로 보이저1호에 전파를 보낸다.
잘 들리지 않는 사람과 대화 하려면 목소리를 높혀 얘기하면 된다. 그래서 지구에 있는 위성 기지국에서 보이저1호에 전파를 보낼 때 400킬로와트나 되는 고 출력으로 전파를 발사한다. 지구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들이 청취자들에게 발사하는 송출 출력의 1/2이나 1/4 수준이라 하니 정말 강력한 전파를 발사하고 있다.
Image source: thinkfun.com
보이저1호가 위치해 있는 곳으로 집중해서 전파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듣는 사람이 정말 멀리 떨어져 있다면 단순히 크게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깔대기나 스피커처럼 음을 집중 시킬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야만 한다. 그래서 보이저 1호에 전파를 쏠 때 지향성이 있는 파라볼라 접시 안테나를 이용한다. 포물면을 갖고 있는 접시 안테나이기에 안테나가 향해 있는 방향으로 전파 빔(Beam)이 집중된다. 선택과 집중의 효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구에서 잘 보냈다고 끝이 아니다. 보이저1호는 지구에 전파를 보낼 때 공간과 전력의 제한상 낮은 출력만 가능하다. 어떻게 해결할까 ?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항상 수신할 수 있도록 지구에 3개의 위성 기지국을 운영한다.
지구는 하루에 360도씩 자전한다. 따라서 지구상 한곳에만 기지국이 있다면 반대편에 있을 때는 신호를 전혀 수신할 수 없다. 보이저 1호가 지구의 기지국 상황을 고려해서 그 먼곳에서 신호 발사 시간을 조절할 수 없다. 따라서 위성 기지국을 여러개 구축해야만 한다.
아래에 있는 사진은 지구를 북극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120도씩 떨어져 있는 지구상의 3곳에 위성 기지국을 설치하면 보이저1호의 신호가 항상 수신된다. 기지국은 미국과 스페인, 호주에 있다.
위성 기지국 위치 및 커버리지, Source: wikipedia.org
보이저1호가 있는 곳에 안테나 방향을 일치 시키고. 대형 안테나를 통해 약한 전파를 수신해야 한다.
마치 귀를 쫑긋 세우고 얘기를 듣는 것과 같다. 보이저1호가 있는 곳에 안테나의 방향을 맞출 때 미약한 신호가 잘 수신된다. 또한 파라볼라 안테나의 경우 접시 크기가 증가될수록 미약한 신호가 좀 더 잘 수신된다. 따라서 보이저1호로부터의 미약한 전파를 수신할 때는 위성 기지국에 설치되어 있는 구경 70미터의 대형 파라볼라 접시 안테나가 사용된다.
보이저 1호의 세부 구조도, Source: wikipedia.org
보이저1호로부터의 전파가 약한데 지구상에는 이를 방해하는 무수히 많은 잡음(Noise)들이 존재한다.
통신에서는 내가 듣고자 하는 것 외에는 잡음이다. 방해만 줄뿐이다. 그런데 지구에 있는 위성 기지국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잡음 전파가 너무나 강하다. 지구의 궤도 상에 떠 있는 통신위성, 감시 위성이 지구로 보내는 신호, 기지국 근처의 이동통신 전파, TV/라디오 방송국 전파 등등, 많기도 하고 신호가 크기도 하다. 보이저1호로부터의 신호는 점점 더 약해지는데 강한 잡음이 많으니 설상가상이다.
그렇다면 보이저1호로부터 오는 신호는 얼마나 약할까? 손목 전자시계의 내부 처리 신호 대비해서는 200억배, 일반 TV 신호 대비해서는 무려 1조배나 약한 수준이라고 한다. 지구에 수신되는 보이저 1호의 전파는 정말로 약한 신호인 것이다.
Source: noisecontrol.com
고감도 저잡음 수신기, 스스로 오류 보정이 가능한 통신 코드를 사용한다.
미약한 신호의 원활한 수신을 위해 성능이 뛰어나고 잡음 제거 능력이 훌륭한 수신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통신 기술은 통상 전송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 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서 개발된다. 물론 오류 발생 시 상대방에게 다시 보내 달라고 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보이저1호와 같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데 34시간이나 걸린다면 이는 실용적인 방안이 아니다.
따라서 수신신호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이를 전후 관계를 통해 보정할 수 있는 자기 에러 보정형 통신 코드(Self Error Correction code)가 사용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코드에는 해밍부호나 패리티비트가 있다. 그러나 이글에서의 주제가 코드가 아니기에 세부적인 설명은 생략하고 대신 관련 글의 링크만을 남긴다(참고 글. 위키백과)
구형 하드웨어로 이루어 낸 진정한 기술의 승리
정말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와 보이저 1호간의 통신 ! 어렵고 지난하고 긴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고 기술력의 승리이다. 더군다나 35년 전에 만들어진 낮은 스펙의 구형 하드웨어를 갖고 이 정도를 이루어 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최신의 듀얼코어 CPU, 기가급의 메모리가 아닌 수 킬로바이트 용량의 메모리 등으로 이루어낸다고 한다. 이런 것이 진정한 기술의 승리가 아닐까 ? 존경스럽다.
그러나 보이저1호와 영원히 단절되는 순간은 올 수 밖에 없다.
만남은 이별을 수반하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보이저 1호가 점점 더 멀어질수록 신호가 약해져 지구에서 더 이상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지구에서 보내는 신호가 미지의 우주 영역에서 간섭을 받아 보이저 1호에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핵으로 동작하는 보이저 1호의 전지가 2025년보다 일찍 수명을 다 할 수도 있다. 아쉬운 상상이다. 영웅을 떠나 보내는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보이저 1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지구가 외계로 보내는 인류의 충실한 메신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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